정의선 경상북도 포도인연합회장
발언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미국의 농산물이 관세없이 그대로 유입되면 우리 농업계는 엄청난 피해가 우려된다. 농축산업의 경우 생산 감소액이 2조원에서 많게는 8조원에 이르고 일자리도 8만개 이상 감소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이 홍수 정도였다면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A급 강력 태풍에 비교된다. 이 협정이 체결된다면 뒤를 이어 한-중 자유무역협정이 기다리고 있다.
미국의 농업은 ‘특별한 산업’이다. 농업이 국가산업의 기본이라는 의식이 깊이 뿌리 박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쌀의 경우 세계 재배면적의 0.9%, 생산량은 1.7%(세계 11위)에 불과하지만 수출량 비중은 13.3%(379만t, 세계 3위)를 차지할 정도로 높다.
미국 농산물이 우리나라 농산물 수입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8%로, 수입 대상국 중에서 가장 높다. 주요 수입 품목은 쌀(지난해 11월 기준 3만5,390t)·옥수수(187만t)·밀(112만t) 등의 곡류와 감자(3만816t)·토마토(1만4,369t) 등이다.
가격 차이는 더욱 심각하다. 현재 쌀의 경우 미국산은 1㎏이 474원(2002~2004년 평균 수입가격)으로 국내산의 22.5%에 불과하다.
식물검역법상 수입이 금지돼 있는 신선오이·신선토마토 가격도 국산의 27~56%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쌀 개방 이후 침체되고 자괴감에 빠진 농민들에게 주는 충격파는 지금 무엇에 강타되는지 파악 못할 만큼 심각하다.
대통령은 양극화 해소라는 명분으로 새해를 시작했지만 그 이면에서 진행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보면 소외된 농민들에 대한 배려는 없는 것 같다.
세계화와 개방의 물결을 우리 농민들도 모르는 것은 아니다.그러나 숨 쉴 공간도 허용않고 개방 위주의 정책을 일관하는 것은 양극화 해소라는 것이 허울 좋은 명분에 불과함을 인식하지 않을 수 없다.개방 이전에 농업의 지속적인 유지 관리와 농민에 대한 미래 보장책을 제시하는 것이 순리라고 본다. 농업이 특별한 산업으로 보호되는 미국과 사양 산업으로 치부되는 한국을 비교해 볼 때, 우리의 근본적인 시각이 개선되기 전에는 또 확고한 농업 대책이 수립되기 전에는 거론되지 말아야 한다. 농업은 과거에도 그랬고 미래에도 중요한 국가의 생명을 걸머진 기간산업이다.
정의선/경상북도 포도인연합회장
정의선/경상북도 포도인연합회장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