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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행정·자치

43일만에 끝난 고졸9급 신화

등록 2006-03-15 15:17

이기우 교육차관 사퇴…"사려없는 처신으로 국민에 죄송"
`최단명 교육차관' 기록…"이 총리에 비리의혹은 안어울려"
9급 공무원에서 국무총리 비서실장을 거쳐 차관까지 올랐던 이기우 교육부 차관이 15일 `3.1절 골프 파문'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고 15일 물러남에 따라 `고졸 9급 신화'는 43일만에 끝나게 됐다.

이 차관은 이날 오후 열린 이임식에서 "사려깊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 여러분과 교육 가족들에게 누를 끼쳐 죄송하다"고 말을 꺼낸 뒤 이임사의 절반 이상을 이해찬 총리에 대한 죄송스러움으로 채웠다.

이 차관은 "이것 한마디 전하고 싶다"며 "이 총리에 대해 솔직히 평소 존경하고 애국자이시구나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 쌀쌀하고 냉정하다는 평가를 받더라도 어려운 과제를 피하지 않고 국가이익과 나라의 장래를 기준으로 합리적이고 명쾌하게 결론내고 추진력과 실천력을 갖춘 부분은 어느 누구도 흉내낼 수 없다"고 평했다.

그는 "이 총리는 특히 철저한 주변관리로 올곧고 깨끗하고 청렴을 잊지 않았다"며 "여러번 선거를 치르는 동안 이러한 사실은 이미 입증됐고 비리나 의혹은 그 분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총리를 역임하는 동안에도 그 모습이었다는 것은 천하가 다아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이 차관은 "(이번 3.1절 골프와 관련) 여러 차례의 일정을 제가 직접 판단하고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이 차관은 그동안 이 총리가 1998~99년 교육장관을 역임하면서 개혁정책을 쏟아낼 때 인연을 맺기 시작해 이 총리로부터 치밀한 업무처리를 인정받아 '100년에 한번 나올까말까 한 공무원'이라는 극찬을 들었다.

또한 총리 비서실장에 이어 교육차관으로 발탁되면서 '총리의 남자' 로 불리기도 했다.

이 차관은 골프파문과 관련, 7일 해명 과정에서 "내기골프와 황제골프는 없었다"고 조기 진화를 시도했으나 거짓으로 밝혀지면서 도덕적 논란과 함께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공무원 생활 동안 모시는 분의 속내를 정확히 읽어내고 상황분석과 판단이 탁월하다는 평을 받아온 이 차관이 이번에 상황을 오판했던 것은 이 총리에 대한 `지나친' 배려 때문이라는 것이 주위의 평이다.

총리가 아프리카를 순방하면서 예방약을 많이 복용해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데다 국회 본회의 등 격무로 인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는 생각에 후임 비서실장이 없는 상황에서 '모시는 게 도리'라는 생각에 3.1절 골프를 수행하게 됐다고 골프모임 참석이유를 밝혔던 것.

총리를 모신다는 생각이 넘치다보니 골프와 3.1절, 철도파업이라는 부적절한 관계에 대한 국민 정서를 간과하는 '실수'를 범하고야 말았다.

3년반 동안 교육부 기획관리실장을 맡아 민원해결에 앞장서 '발 치수 320㎜ 마당발'이라는 별칭을 얻었던 이 차관은 원하던 교육부로 돌아와 교육살림을 꾸리기도 전에 큰 오점을 남긴 채 40년 공직생활을 마감하게 됐다.

김진표 교육부총리는 "교육부에 있으면 큰 도움이 될 분이다. 사람 키우기가 쉽지 않은 만큼 완전 매장보다는 다시 한번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교육부 직원들은 "능력있고 꼼꼼한 분"이라는 말로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 차관의 `43일 재직'은 교육차관으로서는 최단명으로 기록됐다. 그러나 전체 차관으로선 최단명은 아니다. 1993년 농림수산부 조모 차관이 취임 28일만에 그만둔 것을 비롯해 정부 수립 후 지금까지 약 20명이 취임 한달 이내에 차관직에서 물러났기 때문이다.

이성한 기자 ofcourse@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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