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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행정·자치

[필진] 경직된 행정체계로 10년 사업을 시작부터 망치려는가?

등록 2006-03-20 15:46

2003년 12월 31일에 국회 의결로 제정된 '수도권 대기환경 개선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2005년에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2006년부터 본격 시행된 노후 경유차 조기폐차 지원책은 2014년까지 추진할 10년 사업이다. 1, 2년 시행으로 결과가 금방 나타나지 않고 5, 6년 이상 꾸준히 정성을 기울여야 작은 성과라도 확인할 수 있는 대기정책에 속한다.

그러나, 10년 장기 사업인 이 노후 경유차 조기폐차 지원 (줄여서 '조기폐차')사업은 시작부터 참으로 실망스럽다. 2005년 목표 11,788대의 1%인 113대에 그쳤고, 사업이 본격 시작된 올해 또한 두달 반이 지난 3월 15일 현 시점에 신청대수가 30대 미만으로, 올해 부착차량 목표 24,478대의 0.12%에 지나지 않아 매우 저조한 실정이다. 매달 평균 목표 대수 2천대 기준으로 본다면 월 누적 실적 0.6% 수준이니 현 상태가 지속한다면 실패한 정책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물론, 주관 부서인 환경부는 상황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고 개선대책을 만드느라 골머리를 썩히고 있다. 그러나, 문제를 푸는 주된 열쇠는 경직된 행정체계에 부딪혀 내년이나 반영이 될 지 말 지 할 듯 하다. 10년짜리 사업에서 작년 지방비 포함 100억대, 올해 500억대 예산을 편성해 놓고 첫해 1%, 둘째해 또 1% 혹은 잘 해서 10% 목표 달성을 한다면, 세째해도 필요한 예산 등의 지원을 국회와 지방의회로부터 받을 수 있겠는가.

자동차는 생활필수품으로서 주택 다음으로 자산가치가 크고 사용빈도가 높으며, 배기가스를 만들어 공기를 더럽힌다는 점에서 대기환경 정책의 주요 대상으로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오염원으로서 경유차 배기가스의 발생을 낮추기 위한 여러 정책 중에서 조기폐차는 저감장치 부착이나 저공해 엔진 개조 혹은 저공해완성차 보급이라는 주요 정책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차량에 대해 오염원의 완전 제거라는 점에서 매우 유효하다. 대기오염물질 배출저감이라는 점에서 저감장치 부착이나 저공해엔진 개조 정책과 마찬가지로 기여 정도가 '강'으로 평가된다. 온실가스 배출저감에서는 두 정책이 '약'으로 그러나 조기폐차 정책은 '강'으로 평가된다. 대기보전 및 온실가스 배출저감 수단으로서 더 효과적이라는 말이다.


조기폐차 사업이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있으나 마나 한다면 전체 저감대책의 효율적 집행도 위태롭게 한다는 점에서 정책실효성을 높여야 하며, 그 핵심은 보조금 지원율을 현실화하여 차량소유자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현행 보험개발원이 분기별로 발표하는 차량기준가액의 50% 지원안은 안이 확정된 작년부터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을 계속 받아왔으나 오염자부담이라는 원칙에서 결정되었다. 하지만, 이 원칙은 저감장치 부착이나 저공해엔진 개조 정책이 자부담 이상의 혜택을 준다는 점에서 이미 그 의미가 퇴색해 졌다.

1. 다른 배기가스 저감대책과 비교해 불공평하다.

차량 기준가액의 50%만 지원하는 조기폐차 지원사업은 저감장치 부착이나 저공해엔진 개조사업이 자부담을 5~30%로 하지만 환경개선부담금 및 정밀검사 면제로 자부담액 이상의 혜택을 준다는 점과 비교할 때 차주에게 매우 높은 자산 손실을 강요하기에 형평성을 잃었다. 같은 종류의 경유차에 대해 두 정책은 혜택을 보지만 한 정책은 자산 손실을 보라고 한다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

2. 자발적으로 손실을 누가 보려 하겠는가.

차량소유자들은 가입한 자동차 보험증서에 기재된 기준가액을 자기 차량의 최소 혹은 기본 시세로서 받아들이는데, 이 기준가액이 3개월마다 하락한다는 사실은 간과하기 십상이다. 자동차 도난이나 침수와 같이 전체손실 판정을 받아 기준가액의 100% 보상을 받는 경우에 보험회사와 계약자 사이에 자주 민원이 생기는 이유도 중고차 시세보다 낮다고 여기는 데다가 보험가입시 기준가액보다 적은 금액을 지급하기 때문이다.

실제 적용되는 기준가액이 보험증서상 기준가액보다 낮게 된다는 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아무도 자기 자산 가치의 50%만 보상받으려 하지 않는다는 너무도 당연한 사실에 있다. 50%만 보상한다면 50%는 손실을 보게 되는데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해야 한다면 몰라도 달리 선택할 수 있다면 왜 손실을 보겠는가. 소유한 자동차를 팔려고 할 때 얼마라도 더 받기 위해 인터넷 등을 통한 직거래가 여러 번거로움에도 불구하고 전체 중고차 거래의 60% 이상으로 늘고 있는 추세에서 누가 작으면 몇 십만원, 크면 몇 백만원의 손실을 보려 하겠는가.

차량소유자들은 자기 소유물인 차량의 자산가치에 가깝게 보상을 받을수록 조기폐차를 수용할 수 있지만, 고철비 지급분을 포함하더라도 40~50%의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현행 제도는 선택하기 힘들다. 중고차로 판매할 수 없는 극히 일부 차량의 소유자만 이 조기폐차 지원안을 선택한다는 건 이미 지난 두달반 시행한 결과로 드러났다. 99%의 외면을 받고 있다.

배기가스 검사가 엄격하게 이뤄진다면 이런 손실을 감수토록 강제할 수 있지만, 정밀검사 합격율이 기준치가 더 낮은 작년보다 매우 높은 현 상황에서 조기폐차 지원율을 올리지 않는다면 다른 개선 방안을 시행하더라도 올해 목표 대수 24,478대의 10% 달성도 어려울 것이다.

2005년도에도 목표 대비 1%만 달성했고 올해 2개월 반 동안 0.6%에 머물고 있는 조기폐차 지원안을 제대로 하기 위해 기준가액의 50% 지원율을 80% 이상으로 올려야만 이 정책은 정상화할 것이고, 현행대로라면 예산만 확보해 놓고 일은 하나도 되지 않을 것임이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러나, 관련 법률/시행령/시행규칙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은 이 지원율 50%가 국무총리가 작년에 서명하여 공표한 '수도권 대기 환경 개선 계획'에 명기되어 있으므로 고치기 어렵다고 한다. 계획(PLAN)-실행(DO)-평가(SEE)하여, 기존 계획을 수정하거나 다시 계획을 세우는 것은 어떤 일을 하더라도 기본이 아니겠는가. 그런데도, 그 계획의 일부가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 2개년에 걸쳐 나타나고 있지만 아주 위에 계신 분이 결재한 사항이라서 바로 수정하기 곤란한 상황인 게 현 정부의 행정체계이다. 2005년 10월 국회 예산결산 심사때에도 이 문제가 지적되자 기획예산처 장관은 계획이 세워진 만큼 좀더 해 본 다음 그 결과를 보고 검토하자고 답변했는데, 두달 반 0.6%의 결과를 보고도 평가할 수 없다는 말인가. 행정혁신을 하자고 군 단위마다 담당 공무원직을 신설해 놓고도 이런 장기 사업에는 여전히 경직된 행정체계를 들이미는 현실을 참으로 이해할 수 없다.

지원율을 올리더라도 조기폐차 지원금 총액은 늘리지 않으면서 목표 대수 달성에는 문제 없다. 조기폐차 목표 차량의 약 1/3를 차지하는 중.대형 트럭은 대체할 신차 트럭 가격이 높고 저감장치가 대부분 개발되어 있으며 저감장치 자부담율도 5%에 불과하여 조기폐차를 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지원금액이 상대적으로 큰 중.대형 화물트럭 대신에 지원금액이 낮은 소형 트럭이나 승합차, RV 등의 조기폐차 대수가 늘게 되므로 전체 조기폐차 실행 대수는 오히려 더 크게 될 것이다.

지원율을 80% 이상 올리더라도 그 지원액이 중고차 시세보다 낮으므로 무리한 폐차로 인한 자원 낭비를 우려할 까닭또한 없다. 중고차로 팔 수 있는 차량을 80% 지원금을 받으려 폐차를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지 않겠는가.

작년 1%에 이어 올해도 1~10%만 실행된다면 내년도 예산 확보는 어려울 것이며 이 정책은 없어질 가능성이 높다. 실적이 없는데 누가 계속 예산승인을 하려 하겠는가.

이 정책의 실패를 원하지 않는다면, 환경부와 기획예산처, 국무총리실은 관료주의라고 비난받을 수 밖에 없는 경직된 행정체계에서 벗어나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대처해 주기 바란다. 조기폐차 지원율 50%는 99%의 해당 차량소유자가 외면하는 현실을 더 이상 묵과하지 말기 바란다. 핵심은 명확한데 변죽만 두드리며 최선을 다했다고 제발 말하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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