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적체 해소위해”…“세무조사 반발 부담” 해석 갈려
이주성 국세청장이 27일 갑작스럽게 사의를 표명했다.
이 청장은 이날 저녁 ‘국세청장을 사임코자 합니다’라는 자료를 내고 “그동안 역점을 두고 추진한 업무가 마무리되거나 체계를 잡아감에 따라 현시점이 국세청장을 마무리할 최적의 시기라고 판단해 사임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 청장은 “인사청문회 때도 밝혔듯이 적절한 때가 오면 언제라도 공직을 마무리하겠다는 각오로 일해 왔고, 그동안의 격무로 건강도 한계에 이르렀다”며 “적기에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줘 조직에 새 기운을 불어넣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이 청장은 지난해 3월15일 임명돼 1년4개월여 동안 일했으며, 론스타 등 외국계펀드 과세와 부동산투기 차단에 주력했다. 또 현금영수증제 안착과 국세청의 조사기능 강화 등 소신있는 국세행정을 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이날 이 청장의 갑작스런 사임 이유를 두고는 국세청 안팎의 의견이 엇갈린다. 이 청장이 인사적체를 빚고 있는 국세청의 숨통을 틔워주고자 사임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이 청장도 이날 “후임 국세청장이 새로운 세정운영의 틀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재임기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신이 지금 용퇴하지 않고 연말까지 재임할 경우, 후임 청장은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1년 정도밖에는 일할 시간이 없다고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그런데 이 청장이 국회 일정을 빼곡하게 잡아놓고 있었고, 청장 잔류를 전제로 고위급(1급) 인사를 단행했다는 점에서 뭔가 다른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지난주 예정돼 있던 국장급 인사 등을 계속 연기했다는 점도 이 청장이 거취 문제를 두고 뭔가 다른 고민을 했다는 점을 뒷받침한다. 지난주부터 7월 보각설이 흘러나오면서 국세청장도 교체될 것이라는 설이 청와대 쪽에서 흘러나오기도 했다. 국세청 내부에서는 “외국계 자본에 대해 강도높은 세무조사를 벌인 데 대한 재경부 등의 반발기류가 이 청장에겐 부담이었을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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