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김병준 교육부총리가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16층 소회의실에서 실·국장회의 도중 최근 잇따라 제기된 논문 논란·의혹 등과 관련해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임종진 기자 stepano@hani.co.kr
공방 가열되는 ‘김병준 부총리 논란’
여당 “더이상 버티기 어려워져” 감싸기 사라져
청와대 정면돌파 기류…당·청갈등 ‘뇌관’으로
여당 “더이상 버티기 어려워져” 감싸기 사라져
청와대 정면돌파 기류…당·청갈등 ‘뇌관’으로
김병준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의 거취가 정국의 흐름을 좌우할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야당과 시민·사회·교육단체들은 물론, 여당에서도 그의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대세를 형성하고 있지만 김 부총리와 청와대는 사퇴론을 일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당과 청와대를 ‘위험한 관계’로 내몰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흐름은 주말을 고비로 ‘자진사퇴 불가피’ 쪽으로 급선회했다. ‘논문 중복 보고’ ‘연구비 이중 수령’ 등 의혹들이 줄줄이 불거지면서 김 부총리를 감싸던 분위기는 자취를 감췄다.
열린우리당 핵심 당직자는 30일 “원래 김 부총리가 사퇴할 일이 아니라는 자세를 견지했지만, 이젠 상황이 변했고 더는 버티기 어렵다는 게 당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김근태 의장은 지난 28일 김 부총리를 만나 “결단할 때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사실상 사퇴를 압박했다.
이날 김 부총리가 제의한 청문회 개최에 대해서도 여당은 부정적이다. 당의 핵심 당직자는 “본인의 해명으로 사실관계는 다 드러나지 않았느냐”며 “이제는 드러난 사실들에 대한 정무적 판단만 남았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은 일단 드러내놓고 김 부총리의 사퇴를 요구하기보다는, ‘물밑 압박’을 계속 하겠다는 태도다. 당-청 관계가 꼬일 수 있다는 점을 염려하는 것 같다. 한 비상대책위원은 “당이 표면에서 개입하기보다는 비공식적으로 의견을 전달하는 것이 옳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청와대는 여전히 사퇴 불가론을 고수하고 있다. 정태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상황이 특별히 달라진 게 없다”며 “김 부총리 본인이 적극 해명하고 있는 상황에서 거취 문제를 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여당의 ‘김병준 교육부총리 사퇴’ 요구도 당내 보편적 정서를 반영한 게 아니라고 평가한다.
청와대에선 오히려 정면돌파의 기류마저 감지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김 부총리가 당당하다고 하니 공개적으로 사실을 확인해 보자는 것”이라며, 김 부총리의 청문회 개최 주장에 공감을 표시했다.
김 부총리와 청와대가 완강한 태도를 고수할 경우, ‘조용한 해결’을 모색해 온 여당에서 공개적으로 김 부총리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올 가능성도 있다. 비대위의 핵심 관계자는 “계속 버티면 당에서도 앉아 있을 수만은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 부총리가 청문회를 주장하며 사퇴 거부를 고수하고 청와대가 이를 지지하는 상황에서 열린우리당의 사퇴압박 수위가 높아질 경우, 이 문제는 당-청 관계를 악화시키는 새로운 불씨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지은 신승근 기자 jieuny@hani.co.kr
여당한테서도 ‘포화’ 최근 잇따라 제기된 논문 논란에 휩싸인 김병준 교욱부총리가 30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16층 소회의실에서 실·국장 회의를 마친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김 부총리가 청문회를 주장하며 사퇴 거부를 고수하고 청와대가 이를 지지하는 상황에서 열린우리당의 사퇴압박 수위가 높아질 경우, 이 문제는 당-청 관계를 악화시키는 새로운 불씨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지은 신승근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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