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업무 혁신방안 마련하겠다’며 10박11일 남미행
이과수폭포 관광 포함 1인당 800만원…예산낭비 비난
이과수폭포 관광 포함 1인당 800만원…예산낭비 비난
공기업과 공공기관 감사 20여명이 외국 공기업의 감사 업무를 벤치마킹하고 세미나를 연다며 남미로 출장을 떠나자 ‘낭비성 외유’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일부에서는 공공기관의 예산 낭비 등을 감시해야 할 감사들이 자신들의 본분을 잊은 채 되레 돈을 허투루 쓰고 있다며 걸맞은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이들이 출장에 나선 남미 나라의 공공기관 경영방식에서 우리가 배울 게 많지 않고, 관광지 등에서 적잖은 시간을 보내기로 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을 관할하는 기획예산처는 15일 토지공사와 가스안전공사 등 21개 공기업·공공기관 감사들이 칠레, 브라질, 아르헨티나를 10박11일의 일정으로 방문하기 위해 14일 출국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모두 ‘공공기관 감사포럼’ 회원들이며, 지난 대선 때 노무현 후보 캠프에서 활약했거나 열린우리당에서 일한 사람들이 많다. 감사포럼은 공기업과 공공기관의 방만한 경영을 바로잡겠다며 제정된 공공기관운영법이 시행되는 데 맞춰 지난해 11월 만들어진 모임으로 현재 80개사가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감사포럼 쪽은 “이번 남미 출장이 공공기관 감사 업무를 혁신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데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들어가는 1인당 8백만원 안팎의 여행 경비는 모두 소속 공기업과 공공기관이 댔다.
하지만 출장 일정 등을 보면 ‘감사 업무 혁신 방안 마련’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들은 이번 출장 중에 칠레의 국영방송국, 브라질의 석유공사, 아르헨티나의 수자원공사를 방문해 감사 업무 현황을 브리핑받고, 아르헨티나에서 공공기관 혁신을 위한 자체 세미나를 열기로 했다. 현지에서의 이동시간 등을 감안하면 느슨한 일정이라고만은 할 수 없다. 그럼에도 굳이 이런 정도의 계획을 가지고 남미까지 찾아갈 필요가 있느냐는 비판이 적지 않다.
이번 주 금요일(18일)부터 일요일(20일)까지 세계적으로 유명한 브라질 이과수폭포 부근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뒷말이 나오게 만든다. 이에 대해 공공기관 감사포럼 의장인 곽진업 한국전력 감사는 〈연합뉴스〉와의 전화에서 “남미의 공공기관을 방문해 한국과의 차이점을 확인하는 것도 공부에 해당되는 만큼 외유성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곽 감사는 이번 여행에 참가하지 않았다.
한편 기획예산처는 “이번 감사들의 방문은 기획예산처와 전혀 상의없이 이루어진 일이며, 불필요한 여행이냐 등에 대해서는 좀더 상황을 파악해 봐야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경 선임기자 jae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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