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소송법 개정안 주요 내용
법무부 ‘의무이행소송’등 도입 개정안 마련
ㄱ씨는 자신의 땅에 건물을 짓기 위해 건축허가 신청을 냈다. 그러나 구청은 건축물의 대지가 2m 이상 도로에 인접하지 않았다는 이유(건축법 33조 위반)로 허가를 반려했다. ㄱ씨는 거부처분 취소 소송을 내 법원에서 “건축물 출입에 지장이 없어 보인다”며 승소 판결을 받았다. ㄱ씨는 이를 근거로 다시 건축허가 신청서를 냈다. 그러자 구청은 이번에는 담장이 건축선의 수직면을 넘었다는 이유(건축법 37조 위반)로 또다시 반려했다. ㄱ씨는 다시 소송을 내 승소했지만, 1년 이상 시간을 낭비해 막대한 피해를 보았다.
앞으로는 ㄱ씨처럼 억울한 피해를 당하는 사례가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24일 잘못된 행정처분에 대해 법원이 행정기관의 의무 이행을 강제하는 ‘의무이행 소송’을 도입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행정소송법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가령 행정당국의 건축허가 거부 처분에 대해 취소 및 의무이행 소송이 동시에 제기돼 법원이 건축 허가가 적법하다고 판결하면, 행정당국은 다른 사유 등을 들어 거부하지 못하고 허가를 내줘야 한다.
개정안은 또 위법한 행정처분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될 경우 미리 이를 금지해 달라는 ‘예방적 금지소송’과 가처분 제도를 도입했다. 예를 들어 어업면허 갱신 신청이 거부됐을 때 현재는 법원에서 처분의 위법성을 판단할 때까지 어업 활동을 할 수 없었지만, 앞으로는 판결 전에도 법원에서 가처분 결정을 내리면 임시로 어업 활동을 할 수 있게 된다. 또 행정처분 집행 정지 신청 요건을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에서 ‘중대한 손해’로 완화해, 금전적 손해를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했다.
개정안은 이 밖에 법원이 심리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행정기관에 관련 문서를 내도록 명령할 수 있게 했고, 소송을 낼 수 있는 기한을 행정처분이 있음을 안 날로부터 90일 이내에서 180일 이내로 확대했다. 또 행정처분과 관련된 국가배상 소송이나 부당이득 반환 소송을 민사법원 대신 행정법원에서 진행하도록 했으며, 재판 과정에서 행정처분과 관계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들을 수 있도록 했다.
1984년 개정된 현행 행정소송법은 변화된 행정 현실과 국민의 권리 의식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염동신 법무부 송무과장은 “공청회에서 수렴된 의견을 보완한 뒤 올 정기국회 이전에 국회에 낼 계획”이라며 “법안이 정기국회를 통과하면 1년의 유예 기간을 거쳐 본격적으로 시행된다”고 말했다.
한편, 대법원도 2004년 이와 비슷한 내용을 담은 행정소송법 개정 의견을 지난해 국회에 낸 상태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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