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범구 의원 분석…14곳 애초 계획보다 더 높여
정작 농업용수 확보 필요한 저수지 공사는 외면
정작 농업용수 확보 필요한 저수지 공사는 외면
정부가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농업용 저수지 둑 높임 공사’가 애초 목적인 홍수 예방과 농업용수 확보와는 상관없는 ‘4대강 뱃길 만들기용’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 안전에 문제가 있어 보수가 시급한 저수지는 공사 대상에서 상당수 빠져 있어, ‘농업용 저수지 둑 높임 공사’가 농업용수 확보라는 애초 사업의 목적을 소홀히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받고 있다.
15일 정범구 의원(민주당)이 농림수산식품부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사업계획 자료를 보면, 농식품부가 4대강 주변의 ‘저수지 둑 높임 사업’ 대상으로 지정한 경남 의령군 서암저수지의 경우 애초 정부가 ‘4대강 마스터플랜’에서 24.2m라고 밝혔던 둑 높이를 51m까지 두 배 이상 더 올리는 것으로 돼 있다. 서암저수지는 낙동강과 이어지는 용덕천 인근에 자리하고 있다. 이처럼 둑 높이가 애초 계획치보다 더 높아진 곳은 낙동강 지역인 경남 함양군의 구룡 저수지(17→30.8m) 등 14곳에 이른다.
농업용 저수지 개·보수 사업 대상의 선정 기준도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정 의원은 “서암저수지 등 4대강 인근에 자리잡은 저수지 5곳은 안전등급 평가에서 양호한 비(B)등급을 받았는데도 사업 대상 저수지에 포함했다”며 “지난 5년 동안 디(D)·이(E)등급 등 노후도가 심한 지역을 우선으로 추진해 왔던 기준과 크게 다른 선정”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농식품부는 한국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저수지 가운데 사업대상으로 96곳을 선정해 2012년까지 둑을 높이고 저수용량을 키우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44곳은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대와 관공서·문화재에 미치는 영향 등을 이유로 제외하고 최종적으로 52곳에서 사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들 저수지의 둑 높임 공사 등에 쓰이는 예산은 한 곳당 평균 수백억원에 이른다. 앞서 정부는 2005년부터 5년 동안 저수지 305곳의 개·보수 사업에 모두 4588억원을 투입했는데, 4대강 주변 저수지에는 5배의 액수(2조2986억원)를 2~3년 안에 쏟아붓는 셈이다. 이에 대해 정 의원은 “무리하게 예산을 편성해, 안전에 별 이상이 없고 지난 30년 동안 가뭄·홍수 피해조차 없던 서암저수지 등 4대강 인근 저수지에 둑을 높이는 것은 결국 4대강 물대기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그는 “애초 농식품부는 농업용 저수지의 둑을 높이는 목적이 홍수 및 가뭄 피해 방지와 농업용수 확보이고, 참여정부 시절 개·보수가 필요하다고 선정한 곳을 사업 대상에 포함시켰다고 강조했는데 결국 거짓임이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는 “둑 높이가 변한 것은 4대강 마스터플랜 발표 이후 현장 실사 과정에서 설계 계획이 수정됐기 때문”이라며 “B등급인 저수지 5곳은 상대적으로 대규모인 저수지이며, 일반적으로 규모가 큰 저수지는 강 인근에 조성돼 있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설명했다.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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