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3월 시행 못박아…이종걸 교과위 위원장 “입법권 침해”
교육과학기술부는 임시국회가 끝나는 내년 1월8일까지 국회에서 교원능력개발평가(교원평가) 시행을 위한 법이 마련되지 않으면, 전국 16개 시·도교육청별로 규칙을 만들어 내년 3월부터 교원평가를 시행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야당과 교육단체들은 “관련 법이 없는 상태에서 교원평가제를 밀어붙이는 것은 불법성 시비를 낳고 교육 현장을 혼란에 빠뜨릴 것”이라고 반발했다.
안병만 교과부 장관은 22일 대전 한국연구재단에서 열린 2010년도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이런 내용의 교원평가제 시행 계획을 밝혔다. 교과부 고위 관계자는 “교원평가제는 교원 전문성 제고를 위해 꼭 필요한 제도이기 때문에 국회에서 관련 법이 마련될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 없다”며 “내년 3월에 시·도교육청별 규칙에 따라 교원평가를 시행하고, 법이 제정되면 그 법에 따라 시행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이종걸 위원장(민주당)은 “교과부의 행태는 국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교원평가 법제화 논의를 방해하는 것으로 국회의 입법권을 명백히 침해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교원평가의 이해 당사자들이 어렵게 협상 테이블을 마련했는데, 교과부가 재를 뿌리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교원평가 법제화 논의를 진행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판단해 6자 협의체 활동을 무기한 중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6자 협의체는 이 위원장의 제안에 따라 지난 10월 한나라당과 민주당,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전교조와 교총이 각각 추천한 학부모단체 등이 모여 만든 기구로, 지난 21일 국회에서 공청회를 개최한 데 이어 이르면 23일 첫 대표자 회의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교원평가제 강행을 둘러싸고 정부와 야당이 강하게 대립함에 따라 이번 임시국회 회기 안에 관련 법이 처리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이 위원장은 “교과위원장으로서의 모든 권한을 동원해 누가 교원평가 논의를 방해하려고 하는지 확인한 뒤 6자 협의체 재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과부가 교원평가를 강행한다 하더라도 제대로 시행될지는 불확실하다. 엄민용 전교조 대변인은 “시·도교육감의 성향에 따라 교원평가 내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학교 현장에서 큰 혼란이 생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동석 교총 대변인도 “교육감에 따라 교원평가를 시행하지 않는 지역도 나올 수 있기 때문에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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