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말바꾼 최시중 위원장]
탈락 보수언론 비판보도 후폭풍 우려한듯
돈줄인 방송광고시장 확대안 차질도 부담
탈락 보수언론 비판보도 후폭풍 우려한듯
돈줄인 방송광고시장 확대안 차질도 부담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종합편성채널(종편) 사업자 선정 시점에 관해 또 말을 바꿨다. “내년 상반기 선정이 힘들다”는 최 위원장의 22일 발언은 “지방선거가 무슨 문제냐”며 내년 초 선정 방침을 분명히 했던 지난달 2일 발언을 한 달 20일 만에 뒤집은 것이다. 특히 ‘내년 상반기엔 힘들다’고 분명하게 못박은 건 ‘6월2일 지방선거 전에 종편 사업자를 결정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현 정부는 지금까지 ‘종합편성채널 사업자 선정과 내년 6월의 지방선거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정치적 해석을 일축해왔다. 하지만 최시중 위원장의 국회 발언으로 ‘지방선거 이전에 종편 사업자 선정은 어려울 것’이라는 세간의 추측은 결국 맞아떨어졌다. 정치적 이해득실이 종편 사업자 선정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가 없게 된 셈이다. 더구나 이런 식으로 종편 사업자 선정을 연기할 거면, 극심한 충돌과 논란을 감수하면서 지난 7월 미디어법의 국회 통과를 강행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비판에도 직면하게 됐다.
신태섭 동의대 교수(광고홍보학과)는 “조·중·동 중 특정 신문사에만 종편을 줄 경우 선정되지 못한 신문사는 비판 기조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로선 종편을 미끼로 신문들의 정권 비판 보도를 억누르고 있는 현 언론 구도를 지방선거까지 끌고 갈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7월부터 최 위원장이 밝혀온 종편 허용 시점은 ‘연내→내년 초→내년 상반기 이후’로 계속 미뤄져왔다. 그때마다 ‘특정 언론사 선정 배제에 따른 정치적 부담 때문’이란 분석이 제기돼왔다. 최 위원장은 7월 말 한나라당의 미디어법 강행처리 직후 연 기자회견에서 ‘종편 사업자 연내 선정 방침’을 공표했으나, 9월2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선 “올해 안에 사업자 선정은 힘들고 내년 초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을 바꿨다. 연기 이유로는 “헌법재판소의 (언론법 강행처리 위법성) 판결도 있고 방송법 시행령도 만들어야 한다”는 걸 댔다.
최 위원장은 헌법재판소 결정 직후인 11월2일 기자회견에선 ‘지방선거 전 사업자 선정이 부담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왜 부담되냐”는 반문으로 상반기 선정 방침을 재확인했지만, 두 달여 만에 ‘2009년도 회계결산의 주주총회 승인’을 이유로 사업자 선정을 다시 내년 후반기로 미뤘다. 마침 종합편성채널을 추진하는 <중앙일보>가 이날치 사설(‘글로벌 미디어육성, 이제 실천에 옮길 때다’)을 통해 조속한 사업자 선정을 촉구했지만, 정부의 정치적 득실 계산에 영향을 주긴 힘들었다.
정부가 종편 사업을 계속 늦추는 데엔, 애초 정부 계획대로 조성되지 않고 있는 방송광고 시장 여건도 한 요인으로 지적된다. 정부·여당이 종편 사업자의 수입원으로 추진해온 방송광고 시장 확대 방안의 두 중심축이 계속 지지부진한 까닭이다. 방송광고판매제도 개선은 국회 입법 지연으로 늦어지고 있고, <한국방송>(KBS) 수신료 인상도 내년 중 실현이 불투명한 상태다. 방송통신위가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방송광고판매 경쟁체제 도입 시점을 내년 6월로 잡은 것도 종편 허용 시점 연기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김승수 전북대 교수(신문방송학과)는 “제일 무서운 게 경제현실이다. 시장 여건이 뻔한 상황에서 종편 사업자를 선정하는 건 자살골 넣는 것과 같다”며 “섣부른 종편 선정은 1~2년 후에 최시중 위원장이 법적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는 지뢰밭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문영 권귀순 기자 moon0@hani.co.kr
이문영 권귀순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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