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황식 총리에 “허각이라고 아십니까”
“혹시 허각이라고 아십니까?” “….” “그럼 존박은 아십니까?” “모릅니다.”
김황식 국무총리가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로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을 취임 인사차 예방한 자리에서 오간 대화의 한 토막이다.
자승 총무원장은 김 총리가 취임사에서 ‘공정한 사회를 위한 법과 원칙, 소통과 화합, 나눔과 배려’를 강조한 사실을 상기시키며, 케이블 티브이 <엠넷>의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 K2’의 우승자 허각씨를 고리로 이야기를 풀어갔다. 자승 총무원장은 “허각이라는 친구가 어떤 뒷배경도 없이, 물려받은 재산도 없이 오로지 성실함과 타고난 목소리만으로 성공신화를 이뤘다”며 “그걸(허각의 우승) 보고 공정한 사회를 이루는 대표적인 사례가 아닌가 생각했다”고 말했다. 자승 총무원장은 “공정한 사회 구현과 서민정책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총리께서 그 과정을 한번 보고를 받아보시면 좋겠다”고 권했고, 1위 허각과 2위 존박에 대해 잘 모른다던 김 총리는 “한번 챙겨보겠다”고 답했다.
자승 총무원장은 배석한 이재오 특임장관에게 “요즘도 인사할 때 90도로 숙이시냐”며 “너무 많이 숙이면 뭔가 숨겨져 있는 거 같은 느낌이 들 수도 있으니 앞으로 인사할 때는 45도만 숙이시라”고 뼈있게 권고했다.
김 총리와 자승 총무원장의 대화는 조계종 쪽 배석자인 영담 총무부장이 ‘10·27법난 명예회복’ 문제를 거론하자, 취재진을 밖으로 내보내고 비공개로 전환됐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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