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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행정·자치

‘초보 기사’의 18시간 운행…피곤에 찌든 ‘아찔한 마을버스’

등록 2014-04-06 21:04수정 2014-04-07 21:12

시내버스보다 열악한 근무 실태

운전기사 중 35~40%가 초보에다
인원 모자라 종일 운전 관행화
급여도 시내버스의 70% 수준이고
작은 접촉 사고도 직접 배상하지만
시내버스 취업용 경력 위해 감내
준공영제 포함해 처우 개선 필요
“2주에 한 번씩은 ‘꺾기’가 돌아오는데 많을 때는 하루에 4명이 꺾기 운행을 해요. 금지돼 있지만 운전자가 부족하니 어쩔 수 없어요.”

4일 저녁, 서울 지하철 양재역에서 승객을 태우고 출발한 마을버스 기사는 ‘꺾기’라고 불리는 ‘종일 운전’ 관행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그는 입사 6개월이 지나 ‘신입’에서 벗어나면서 꺾기 운행에서 면제됐다. ‘가끔 졸기도 하느냐’는 질문에 “여기 앉아보면 아는데 핸들을 잡으면 졸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라면서도 “그래도 꺾기 운행을 하고 나면 어쩔 수 없다”고 했다.

대중교통의 실핏줄인 마을버스가 피곤하다. 최근 일어난 서울 송파 버스 사고처럼 18시간 연속 근무와 졸음 운전으로 인한 사고 가능성을 안고 마을 이곳저곳을 돌고 있다. 게다가 운전자 10명중 3~4명은 ‘초짜’들이다.

마을버스 업계의 말을 들어보면, ‘종일 운전’은 관행이 된 지 오래다. 운전자 2명이 9시간씩 교대로 근무하는 게 원칙이지만, 운전자 부족으로 누군가 18시간 연속 핸들을 잡는 일이 벌어진다. 한 마을버스 기사는 “꺾기를 하면 회사가 벌금을 물어야 하지만, 항상 운전자가 부족한 회사 쪽과 시내버스 회사로 이직할 경력이 필요한 운전자들의 암묵적 동의 하에 공공연하게 꺾기가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서울의 마을버스 회사는 모두 131곳이다. 운전자 3240명이 버스 1469대를 몬다. 1대당 운전자는 2.2명꼴이다. 서울시가 정한 ‘적정 운전자 비율’인 2.4명에 못 미친다. 지난달 기준으로 45개 업체가 적자를 볼 정도로 사정도 어렵다. 또 다른 마을버스 기사는 “인원이 부족해 2~3명은 주기적으로 ‘종일 운전’을 한다. 쉬는 날도 2~3주에 한 번뿐이고 배차표도 매일 바뀌어 언제 쉴지 알 수 없다”고 했다. 서석태 서울경기지역마을버스노조 사무국장은 “마을버스 운전자 중에선 (마을버스회사 입사 전) 버스 운전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초보 운전자들이 35~40%를 차지한다”고 전했다.

마을버스 운전자의 월급은 시내버스에 견줘 30%가량 낮다. 서울 지역은 평균 189만원이다. 운전자들에게 마을버스는 시내버스 회사 취업을 위한 경력 쌓기용이기도 하다. 한 버스회사 취업 알선 업체의 설명을 보면, 마을버스에서 1년 이상 경력이 쌓이면 연봉이 3700만원인 시내버스 회사로, 2년 이상이면 연봉 4300만원 이상인 서울 시내버스 회사로 갈 수 있다. 이런 조건은 운전기사들에게 ‘족쇄’로 작용해 근무조건 개선 등을 요구하기 어렵게 만든다.

실제 운전자들은 운행 중 일어난 사고를 자기 돈으로 배상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회사가 요구하는 ‘종일 운전’을 거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히 ‘종일 운전’을 입사한 지 얼마 안 되는 초보 운전자들이 주로 맡아 사고 위험성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마을버스를 이용한 서울 시민은 하루 평균 120만257명, 서울 대중교통 전체 이용객의 10.9%다. 수송 분담율이 적지 않지만, 마을버스는 시내버스와 달리 준공영제 지원 대상이 아니다. 환승 할인에 따른 적자 일부를 시가 보전해줄 뿐이다. 서울시 버스정책과 관계자는 “우리 인력으로 마을버스까지 관리감독하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박기용 이재욱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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