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성과 공정성을 이유로 민간은 물론 공공기관에서도 인공지능(AI)을 면접 등 과정에서 활용하는 빈도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공무원 채용 과정에서도 이를 활용하는 방안이 검토됐다. 하지만 법적 근거가 없는데다 현재로서는 시기상조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21일 <한겨레> 취재 결과, 상명대 산학협력단은 지난해 8월 ‘4차산업혁명 대비 미래형 채용방식 연구’ 보고서를 인사혁신처에 제출했다. 앞서 인사혁신처는 국가공무원 채용 과정에서 인공지능 접목 방안을 검토하기 위해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인사혁신처는 국가공무원 채용 및 인사관리 기준 등을 담당하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이은주 의원(정의당)을 통해 입수한 보고서 요약본에는 △인공지능 접목이 가능한 채용 단계·분야 설정 △현재 활용 중인 기술에 대한 평가 △도입 추진 시 고려사항 등이 담겨 있다. 구체적으로는 인공지능을 채용 과정에 도입하기 위해선 “자동화된 처리도구(인공지능)의 사용과 활용에 대한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며 “인공지능 개발·도입·적용과 데이터 생성·저장·활용·공유 등의 채용관리 전반을 반영할 수 있는 ‘공무원 임용 및 인사관리에 관한 법률’ 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인공지능이 도출한 결과에 대한 책임 명확화가 요구된다”며 △알고리즘의 투명성 기준 △결과의 공정성·객관성 확보 방안 △오류·장애 발생에 따른 피해구제 방법과 절차 등을 필요 사항으로 꼽았다. 현재 민간과 공공기관의 인공지능 면접은 응시자가 시험 결과를 확인할 수 없고, 평가 이유도 설명할 수 없는 만큼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신인철 인사혁신처 인재정책과장은 “인공지능을 채용에 활용하는 것은 기술이 더 성숙하고 법·제도의 진전이 있을 때 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며 “기술뿐만 아니라 수험생들의 디지털 격차 등 새로운 이슈가 발생할 수 있어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공공기관은 2018년부터 채용 절차 공정화 등을 이유로 인공지능 면접을 활용하기 시작해 지난해 10월 기준 10여곳이 이를 도입했다.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은 인공지능 면접을 채용 점수에 반영하고, 인천국제공항공사·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 등은 면접 참고용으로 사용하는 등 활용 수준은 기관마다 달랐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일부 공공기관이 기술적 검토 없이 인공지능 면접을 도입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은주 의원은 “최근 알고리즘(인공지능 작동 규칙)의 차별·편향 논란이 발생하고 있는 만큼 인공지능 채용 도입은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며 “인공지능을 도입한다 하더라도 공공부문은 민간보다 훨씬 더 높은 책임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기술을 검증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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