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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행정·자치

전국시군구단체장은 ‘강남구’용 들러리?

등록 2006-01-26 17:11수정 2006-01-26 19:45

권문용 강남구청장, 전국시군구청장협 명의 기자회견서 “강남용 주장”
며칠 전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권문용 서울시 강남구청장쪽으로부터 정부의 ‘재건축 권한 환수조처’에 대한 기자회견을 연다는 메일을 한통 받았다. 이에 따라 기자회견이 열리는 2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를 찾았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먼저 권문용 구청장의 회견 내용부터 ‘중계’한다.

“전국민이 살고 싶어하는 타워팰리스 같은 아파트를 대량공급하자”

권문용 강남구청장은 “최근 (정부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재건축 사업승인권을 환수하는 방안은 주택 규제가 강화되는 것을 의미하고 그것은 결국 주택 공급 축소로 이어져 주택 가격 상승을 유도한다”고 운을 뗐다. 또한 ‘전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는 주택공급 확대만이 주택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권 구청장은 지속적인 주택공급이 아파트 가격을 낮춘다는 연구논문과 최근 부산에서 신규 물량이 무더기로 쏟아진 뒤 집값 안정세가 부산지역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는 내용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면서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는 다음과 같은 정책 방향을 제시한다”고 밝혔다. 권 구청장이 제시한 정책 방향은 이랬다.

“△전국적으로 원활한 재건축·뉴타운·재개발을 통해 주택을 공급하되 △서울의 경우 강북·강서 지역의 뉴타운 재개발사업을 우선 시행하여 강남으로 몰리는 수요를 분산한 뒤 △다음으로 강남권 지역 재건축을 시행하여 50년 후의 도시 구조를 생각하여 홍콩, 싱가폴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쾌적성을 확보하도록 한다.”


그는 곧 탑상형 고층 아파트가 푸르른 녹지 위에 우뚝 서 있는 그림을 들어보이며 설명을 이어나갔다.

“용적율은 현행 수준을 유지하고, 층고 제한은 완화하고 건폐율은 10% 내외로 하여 지하에는 주차장을, 지상에는 넓고 쾌적한 녹지를 확보하여 아파트 단지 내에 실개천이 흐르는 생태 공원화 한다. 전 국민이 살고 싶어하는 30평 내외의 서민층 또는 중산층을 위한 주상복합 아파트를 대량 공급한다. 타워팰리스처럼 주거는 물론 비즈니스·상가·일류학원 등이 같이 있는 자족도시화한다.”

끝으로, 권 구청장은 주택정책 수립을 위해 ‘중앙정부·광역시·구청 등이 참여하여 이 문제를 연구하는 태스크포스를 만들자”고도 제안했다.

권 구청장의 논리는 단순했다. ‘부족한 주택공급’을 풀어주기 위해선 ‘재건축에 대한 규제’를 풀어주자는 것이었다. 그러면서도 권 구청장은 ‘송파신도시’ 건설 같은 택지 공급은 반대한다고 밝혔다. “가뜩이나 교통체증이 심한데 송파신도시까지 생기면 강남은 교통지옥이 됩니다. 그리고 송파신도시터 같은 녹지는 보존해야하지 않겠습니까?” 재건축 층고 완화만이 주택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었다.

전국 대표? 강남구 대표!

강남구는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장’ 명의로 지난 23일 각 시·군·구에 정부의 재건축 승인권 환수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하고 기자회견을 한다고 이메일을 보냈다. 모든 지자체장들이 ‘중앙정부의 개입=지자체 권한 축소’로 받아들이는 상황에선, 당연히 어느 누구도 반대 의견을 보내지 않았다. 그러나 정작 기자회견의 핵심 내용은 강남구의 재건축아파트 단지에 타워팰리스 같은 건물이 여럿 들어설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달라는 것이었다.

강남구쪽은 “기자회견이 열린다는 것은 시·군·구에 며칠 전에 통보했고 구체적인 회견 내용은 오늘 아침에 이메일로 보내 반대 의견이 있으면 얘기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공동 부회장을 맡고 있는 충남 서산시(시장 조규선)조차 회견 내용은 받아보지도 못했다. 서산시쪽은 “오늘 예정됐던 기자회견은 재건축 승인권 환수에 대한 성명서 발표로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의 명분은 지방자치단체의 권한과 관련한 것이었으나, 결국 강남구를 위한 자리로 전락하고 말았다. ‘전국’의 이름을 빌어 ‘강남’의 주장을 피력한 셈이었다.

다음달 9일엔 ‘전국 시장·군수·구청장 협의회’ 후원, ‘대한건축학회’ 주최로 ‘친환경 타워형 아파트 활성화 방안’이란 주제로 열리는 세미나가 열린다. 타워형 아파트가 친환경적이라는 주제는 다음에 다시 다루기로 하고, 먼저 권문용 구청장께 몇가지 질문을 하고 싶다.

1.전 국민이 살고 싶어하는 30평 내외의 서민층 또는 중산층을 위한 주상복합 아파트’를 전국에 ‘대량 공급’하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는지?

2.전국의 시장·군수·구청장이 앞장서 재건축 규제를 풀어주면 전국 어디서든 ‘주거·비즈니스상가·일류학원을 갖춘 친환경적인 자족형 타워팰리스’가 솟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12년째 강남구청장을 지내고 있는 권 구청장이 혹시 ‘대한민국’과 ‘강남공화국’을 혼돈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한겨레> 사회부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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