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 출마 기자회견에 앞서 국민의힘 권성동, 정진석 의원 및 내빈들과 함께 지지자들 앞에 서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정치 데뷔’ 뒤 국민의힘 내부에서 사실상 ‘윤석열계’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당이 술렁이고 있다. 당내에서 ‘계파 줄서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지도부도 사전에 일부 의원들의 출마 선언식 참석을 만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서울 양재동 매헌 윤봉길 기념관에서 열린 윤 전 총장의 대선 출마 선언식에는 정진석(5선), 권성동(4선), 이종배(3선), 김성원·박성중·이달곤·이만희·정점식(이상 재선), 김선교·백종헌·서일준·안병길·엄태영·유상범·윤두현·윤주경·윤창현·이용·정찬민·지성호·최형두·태영호·한무경·홍석준(이상 초선) 의원이 참석했다. 모두 24명으로 국민의힘 재적 의원(103명)의 4분의 1에 가까운 숫자다. 윤 전 총장의 친구인 권성동 의원은 30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과) 처음보는 의원들도 있어서 제가 일일이 소개하면서 돌아가면서 악수하고 인사했다”고 전했다. 참석자 대부분은 “나는 윤석열계가 아니다”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이들이 당 바깥에 있는 윤 전 총장을 음으로 양으로 지원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날 윤 전 총장의 국회 소통관 방문 때도 전날 행사에 참석했던 유상범 의원이 그를 사실상 수행하며 기자들과의 ‘상견례’를 도왔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아직 입당도 안 했는데 의원 네 명 중 한 명꼴로 윤 전 총장에 줄을 선 것”이라며 “입당하면 더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짚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소속 의원들의 참석 소식이 알려지자, ‘계파 줄서기’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며 사전에 일부 의원들의 참석을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초선 의원은 “권성동·정진석 의원의 적극적인 권유로 참석을 고민했지만, 지도부가 나서서 ‘우리 의원들이 많이 가는 건 지도부에 부담이 된다’며 만류해 참석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당 대표실 관계자는 “친분이 있는 두서명 의원에게 개인적인 의견을 전달했을 뿐, 지도부에서 (윤석열 출마 행사에 가지 말라고) 지침을 내린 적 없다”면서도 “계파 줄서기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를 지도부가 아닌 개별 의원 입장에서 전했다”고 말했다. 공정한 경선 관리를 해야 하는 당 지도부로서는 당 의원들의 적극적인 ‘윤석열 구애’가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이 여전히 입당 문제에 모호성을 유지하면서 ‘밀당’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의원 다수가 윤 전 총장 쪽으로 쏠리는 것은 대선 정국에서 국민의힘의 구심력을 약화시키는 것이라는 판단이기도 하다.
윤 전 총장 쪽으로 줄을 선 의원들을 향한 시선도 곱지 않다. 윤 전 총장은 전날 행사장을 찾은 의원들에게 “여기 오신 의원분들과 함께 나라를 바로 세우겠다”고 하자, 의원들은 “파이팅”이라고 화답했다고 한다. 이어진 기념 촬영에서도 윤 전 총장의 오른쪽에는 권성동 의원이, 왼쪽에는 정진석 의원이 각각 팔과 손을 잡은 채 서기도 했다. 윤석열계의 좌장으로 ‘좌진석 우성동’이 회자되는 이유다. 수도권을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윤 전 총장이 아직 입당도 안 했는데 소속 의원들이 조급하게 우르르 몰려 가 손잡고 기념사진을 찍으며 줄을 서는 모양새는 보기가 좋지 않다”며 “겨우 계파가 사라졌단 얘기를 들었는데 이번엔 지지후보별로 나뉘는 새로운 계파가 생길 우려가 크다”고 비판했다.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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