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출마선언 영상 화면 갈무리.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민주당의 대선 예비경선 2개월 전인 5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2위 후보인 판세를 뒤집을 수 있는 시간도 딱 2개월이다. 이 전 대표는 신중하고 안정적인 이미지로 1위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와의 차별화를 시도하며 대역전극을 노리고 있다.
‘2인자’ 이낙연 후보에게는 ‘1인자의 실수’가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이 지사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거침없는 발언으로 실수를 할 경우 상대적으로 국정경험이 풍부하고 신중, 안정적 이미지를 가진 이 후보가 반사이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5일 비대면으로 제20대 대통령 선거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이낙연 전 대표 출마 영상 갈무리
실제로 이낙연 캠프는 경선 과정에서의 공개 토론을 지지율 반등의 계기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주말 예비경선 후보들의 첫 티브이(TV) 토론과 당이 주최한 ‘국민면접’을 통해 이 전 대표 쪽은 상당한 성과를 냈다고 자평한다. 안정감 있는 답변과 태도로 민주당 지지층의 마음을 샀다는 판단이다. 이 전 대표는 실제로 ‘국민면접’ 뒤 가장 많은 ‘공감’을 얻기도 했다. 이낙연 캠프의 핵심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와 통화에서 “토론을 해보면 인성, 내공, 성품, 실력이 다 드러나게 돼 있다. 이 전 대표가 짧은 시간이지만 명확히 맥을 짚어서 이야기를 하는 등 강점을 보여줬다”며 “그동안 왜곡된 판이 제대로 잡혀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경선이 진행되면서 ‘반이재명 연대’가 구체화하는 것도 그에게는 유리한 지점이다. 지난 3일 첫 티브이 토론에서 이 전 대표는 다른 후보들과 함께 기본소득이 1호 공약은 아니라고 물러선 이 지사를 거세게 몰아세우며 ‘반이재명 전선’ 구축에 성공했다. 상대적으로 거칠다는 평가를 받는 이 지사의 화법도 이 전 대표에게는 공격 포인트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일 경북 안동을 찾아 ‘영남 역차별론’을 제기한 이 지사를 향해 “지역주의 망령이 되살아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지사의 ‘미 점령군’ 발언에 대해 “어떤 말이 미칠 파장까지도 생각을 해보는 게 좋겠다”고 충고했다.
이낙연 캠프는 “이 전 대표는 국정경험, 안정감, 품격, 외교력을 갖춘 유능한 후보”라며 “여당의 최후 필승 카드”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필승 카드’라는 주장이 먹히려면 정권 교체의 열망을 잠재우고 ‘4기 민주정부’를 창출할 수 있는 유력한 후보라는 점을 다시 확인시켜야 한다. 여권에서는 현재 이 지사와 두 자릿수로 벌어져 있는 지지율을 우선 한 자릿수로 좁혀야 한다고 보고 있다. 대선후보 확정을 위해 결선투표도 도입된 만큼 이재명 대세론을 흔들고 최대한 격차를 줄여야 하는 게 급선무다. 정세균 전 총리와의 연대도 변수다. 이 전 대표는 이날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한 뒤 ‘정세균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 두 사람이 걸어온 길이 비슷하다. 문재인 정부의 첫번째, 두번째 총리로 일했다”며 “그렇기 때문에 정권 재창출 그리고 민주 정부를 계승하고 발전시켜야 할 특별한 책임이 있고, 이를 위해서 협력할 것”이라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지금으로서는 이 후보한테 역전의 기회가 올지 가능성에 대해 섣불리 말하기 어렵다”며 “이재명의 불안정성에 반해 이낙연은 안정적이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라는 슬로건은 좋지만 시민들로 하여금 집행력, 실행력이 있다는 이미지를 줄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