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6일 오전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 천안함 46용사 묘역을 찾아 묘비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6일 첫 민생 행보를 대전에서 시작했다. “제 뿌리는 충청”이라고 강조한 그는 ‘충청 대망론’을 옹호하며 자신이 충청권 대표주자임을 거듭 부각시켰다.
‘윤석열이 듣습니다’라는 이름의 민생 행보를 시작한 윤 전 총장은 ‘전통적 스윙보터’인 충청권 대전을 방문해 충청 대망론을 띄웠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오후 대전‧충청 언론인들과 만나 “저희 집안은 논산 노성면에서 집성촌 이루며 500년을 살아왔고 부친은 논산에서 태어나 공주로 이전해 친척분들도 살고 있다. 저는 서울에서 교육받았지만 부친과 사촌의 뿌리까지 충남에 있다”며 자신이 ‘충청도 사람’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충청 대망론이라는 건 충청 출신 대통령이 된 분이 없기 때문에 (나오는) 지역민의 정서라고 생각한다”며 “옳다 그르다 비판할 문제가 아니”라고 덧붙였다. 충청 대망론이 지역에 기대 표를 얻으려는 구태의연한 정치 공학이 아니라 대통령을 배출하고픈 자연스러운 정서라는 옹호였다. 앞서 윤 전 총장은 지난 1일 국회 소통관에서 만난 충청 지역 언론인들에게도 “조상이 500년 넘게 충청에서 사셨으니 저의 피는 충남이라 할 수 있지 않겠나”라며 친밀감을 드러낸 바 있다.
이날 오전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찾은 윤 전 총장은 원자핵공학과 석‧박사 학생들을 만나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했다. 전날 ‘정부의 월성원전 수사에 대한 압박과 탈원전 정책’이 정치 참여의 계기였다며 이를 합리화한 행보의 연장선이었다. 윤 전 총장은 한국과학기술원 양자공학과 박사과정 중인 조재완씨에게서 “탈원전 반대 토론회에 참석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근처 호프집에서 열린 ‘문재인 정권 탈원전 4년의 역설 만민토론회’에 깜짝 참석했다. 윤 전 총장은 이 자리에서 애국가를 제창한 뒤 “4차 기술혁명에 제대로 도전하지 못하면 나라가 정말 삼류국가로 떨어질 수 있는 위기”라며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상식에 비춰 납득할 수 없는 면이 많다. 여론을 모아 반드시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그러나 윤 전 총장의 참석으로 갑자기 인파가 몰리자 장소를 대여해준 호프집 주인이 ‘방역수칙 위반’이라고 항의하면서 행사가 종료되고 경찰까지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토론회 참석자는 “윤 전 총장 오고 기자들도 많으니 호프집 사장이 어디서 들었는지 뒤늦게 와서 정리하라고 했고 발제를 거의 마친 상황에서 조금 일찍 자리를 정돈했다”며 “가게를 나서려고 하는 차에 경찰이 와서 ‘여기 무슨 일 있느냐’며 호프집 주인과 얘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충청권 방문 일정을 국립대전현충원 참배로 시작했다. 천안함 46용사묘역과 한주호 준위 묘소, 연평도 포격전‧연평해전 전사자 묘역을 두루 찾았다. 윤 전 총장은 방명록에 “목숨으로 지킨 대한민국, 공정과 상식으로 바로 세우겠습니다”라고 적은 뒤 “천안함 희생자, 연평해전 희생자 꽃다운 나이에 인생을 제대로 펴보지도 못한 젊은 영령들에 정말 진심으로 애도한다”며 “나라가 어떤 것이고 우리가 국가를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다시 한번 결의와 각오가 새로워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연평도 포격 전사자인 서정우 하사 묘비에서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이날 현충원 방문에는 자발적으로 참여한 대전청년위원회 청년 10여명과 지지자들이 함께했다. 몇몇 지지자는 “무너져가는 나라를 지켜달라”, “문재인을 구속시켜 달라”고 외쳤다.
첫 ‘민심 행보’를 마친 윤 전 총장은 7일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만난다. 출마 선언 뒤 권영세 대외협력위원장을 비롯해 원희룡 제주지사 등 국민의힘 인사들과 연이어 회동한 윤 전 총장이 범야권인 안 대표까지 접촉면을 넓히는 것이다. 입당 논의에 있어 우위를 확보하는 동시에 단일화 등에 대한 조언을 듣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배지현 김미나 기자 bee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