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경선 후보가 7일 경기도 파주시 연스튜디오에서 열린 ‘정책 언팩쇼'에서 정책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기본소득 정책이 후순위로 조정된 배경에는 이 지사를 돕는 자문교수단의 강력한 조언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복지 사각지대를 최소화할 수 있는 종합적인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전문가 그룹의 설득이 잇따르고, ‘기본소득은 찬반 대립이 강해 다른 정책이 주목받지 못할 수 있다’는 캠프 의원들의 정무적 판단이 더해지면서 이 지사가 한발 물러섰다는 것이다.
이 지사를 돕는 자문그룹인 ‘공정과 평화를 위한 포럼’은 지난해 말부터 일주일에 한 차례 이상 정책을 논의했고, 기본소득이 양극화·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지만 이를 전면에 내세우면 ‘만병통치약’처럼 여겨질 수 있다는 점에 공감했다고 한다. 포럼에 참여하고 있는 한 경제학 교수는 8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복지제도를 설계할 때 핵심은 사각지대를 줄이는 것”이라며 “기본소득은 기존 사회복지 제도와 결합하는 단계로 가야 한다. 당장 큰 규모로 (기본소득을) 지급할 수 없으니까 처음에는 기존 복지제도를 강화하고, 기본소득을 조금씩 채워나가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전했다. 당장 지급할 수 있는 기본소득은 미미한데 이를 늘리기 위한 재원 논쟁으로 번지면 정책 설계를 생산적으로 발전시킬 수 없다는 우려였다. 이미 아동수당·기초연금 등 특정 집단에 지급하는 ‘범주형 기본소득’을 확충해 나가는 방법이 있는데, 포퓰리즘으로 공격받을 우려가 큰 기본소득을 전면에 내세울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이 지사는 ‘지역화폐형 기본소득’으로 연간 50만원을 지급하고 국민합의를 거쳐 서서히 금액을 늘려나가겠다고 주장해왔다. 자문그룹 전체회의를 거친 검토 의견은 이 지사에게도 전달됐고 몇몇 교수는 이 지사와 직접 만나 건의도 했다고 한다. 캠프 소속 의원들의 ‘정무적 판단’도 곁들여져 이 지사는 결국 기본소득을 ‘제1공약’에서 철회했다.
자문그룹은 보수 진영에서 주장하는 ‘부의 소득세’도 유효한 방법이라고 이 지사에게 조언했다. 부의 소득세는 기준소득보다 많이 버는 사람은 누진 과세하고, 적게 버는 사람은 정부가 그만큼 현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기본소득과 부의 소득세는 과세와 분배 방식의 차이일 뿐 ‘인간다운 삶’을 보장한다는 정책적 목표는 일치한다. 캠프에 참여한 또 다른 교수는 “부의 소득세도 소득을 충분한 수준으로 보장한다는 원칙은 같다. 그런 측면에서 (부의 소득세나 기본소득은) 장기적으로 수렴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지사가 지난 4일 페이스북에 “부의 소득세나 안심소득도 야당의 지지와 국민의 동의로 실제 실행할 수만 있다면 기본소득보다 우선 시행할 수도 있다”며 수용 가능성을 내비친 것도 이런 내부 논의의 결과로 볼 수 있다. 한 경제학 교수는 “‘기본소득만 빼면 이재명이 괜찮아 보인다’라는 세간의 평가를 듣고 기본소득 정책을 ‘톤 다운’하기 위해 캠프에 들어간 교수도 있다”고 전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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