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오른쪽)과 김영환 전 의원이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한 음식점에서 만찬회동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선 출마를 선언한 뒤 여야를 넘나드는 인사들과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 야권 단일후보로 올라서기 위한 정치적 기반을 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윤 전 총장은 지난 6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비공개로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대표는 9일 <시비에스>(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과 만나 1시간 동안 정치 얘기만 했다. 향후 구상이라든지 이런 것을 공유한다기보다는 총장 퇴임 뒤 어떤 행보를 하셨는지 그런 걸 물어봤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입당 시기 등 구체적인 얘기는 나누지 않았다고 했지만, “상식선에서 당연히 (8월 말 국민의힘 경선 버스에) 탑승할 거라고 본다”고 낙관했다. 윤 전 총장 대변인실도 “정치현안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이날 자리는 비공개 상견례 자리였으며 두 사람은 조만간 공개 회동을 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8일엔 김영환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최고위원과 만나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김대중 정부에서 과학기술부 장관으로 발탁됐고 민주당에서 4선에 성공한 옛 여권 인사다. 2018년 지방선거에는 바른미래당 후보로 경기지사 선거에 출마해 이재명 후보의 스캔들 의혹을 집중 제기하기도 했다. 9일 김 전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어제 한 사내가 내 인생의 한 구석에 들어왔다”, “기억이 커피향처럼 고소하다”며 윤 전 총장과의 대화 내용을 전했다. 윤 전 총장은 “안철수가 2012년 대선에서 양보하지 말고 낙선을 각오하고 완주했어야 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부패를 막고 정부·여당의 관계에 있어서 민정수석은 최고의 능력이 요구되는 자리다. 문재인 정부의 실정 가운데 중요한 것은 민정의 실패에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제3지대 후보’로서의 가능성과 민정수석실 비판이라는 메시지가 김 전 최고위원을 통해 전달된 것이다. 김 전 최고위원은 “그는 내가 만난 정치인 중에는 가장 극도의 인내심을 가졌고 엄청난 학습능력을 가진 지도자”라며 “나는 그에게 애프터를 신청하고 못 다한 얘기를 나누고 싶다”며 칭송했다.
윤 전 총장은 민주당의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과의 만남도 추진 중이다. 또 지난달 말에는 더불어민주당 복당을 추진 중인 이용호(전북 남원·임실·순창) 의원에게 전화해 “많이 가르쳐 주시고, 도와 달라”고 요청하는 등 외연 확장을 위한 친호남 행보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일에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만났다. 서울비전2030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던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의 캠프 영입에 감사 인사를 전하는 자리였다고 한다. 원희룡 제주지사와 권영세 국민의힘 대외협력위원장에 이어 지난 7일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만났으며,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조만간 만날 예정이다. 야권의 잠재적 대선주자는 물론 여권 인사들까지 접촉하면서 외연 확장 효과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장나래 배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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