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허위·조작 보도에 징벌적 손해배상 적용을 내용으로 하는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 반대 릴레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구시선거관리위원회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를 두고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고 10일 밝혔다. 공개 장소에서 마이크를 잡고 “여러분 밀어주십시오” “정권교체 이뤄주십시오”라고 발언한 것이 선거운동에 해당하는지 중점적으로 검토할 방침이다. 여권에서는 최 전 원장이 전직 선관위원장이라는 점을 파고들며 날을 세웠고, 국민의힘에서는 “정치 초보의 실수”라는 대변인 발언에 때아닌 ‘해당 행위 논란’까지 불거졌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당시 영상 등을 통해 사실관계는 확인됐다. 발언 내용이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는지 검토하고 있다”며 “전날 사건과 관련한 보고를 대구시선관위로부터 받았다. 일차적으로 대구시선관위가 검토하고, 중앙선관위와 협의를 거치기로 했다”고 전했다.
지난 6일 대구 서문시장에서 촬영한 당시 유튜브 영상을 보면, 시장에 도착한 최 전 원장이 지지자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기념사진을 촬영한 뒤 현장에 있던 마이크를 건네받는 장면이 나온다. 캠프 관계자들이 “마이크”라고 외치며 요구하는 모습도 담겨있다. 최재형 캠프는 전날 “간담회장으로 가던 길목인 시장 입구를 지나갈 즈음 이미 응원 나온 분들이 있었고, 이분들 중 누군가가 건네준 마이크를 사용해 인사를 하게 됐다”고 해명했지만, 마이크를 넘겨준 사람은 최 전 원장 캠프 상황실장인 김영우 전 의원이었다. 김 전 의원이 마이크를 잡고 “자, 우리 20대 대통령 예비후보 최재형 후보 오셨습니다 여러분”이라고 말하자, 최 전 원장이 곧바로 마이크를 넘겨받았다. 주변에서는 ‘최재형’을 외치는 연호가 쏟아졌다.
선관위는 무엇보다 ‘발언 내용’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공직선거법 제59조 4호는 선거운동 기간이 아닌 때 확성 장치를 사용한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있다. 차기 대선의 선거운동은 내년 2월15일부터 선거일 전날인 3월8일까지만 할 수 있다. 선거운동 기간이 아닌 때 마이크를 잡고 단순 인사말이 아닌 ‘선거운동’에 해당하는 발언을 하면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 최 전 원장은 마이크를 잡고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대통령선거 예비후보 최재형 여러분께 인사드리러 왔습니다. 반갑습니다. 여러분, 이 정권에서 너무 힘드시죠. 정권교체, 최재형이 반드시 이뤄내겠습니다. 여러분 밀어주십시오. 여러분 밀어주실 거죠. 감사합니다. 코로나 때문에 제가 여기서만 인사드리고 오늘 여러분들, 직접 일하시는 가게까지 들어가기는 어려운 상황이 됐습니다. 그 점 양해해주시고 여러분 더 힘을 합해서 정권교체 반드시 이뤄주십시오”라고 말했다. “여러분 밀어주십시오” “정권교체 이뤄주십시오” 등은 선거운동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여권에서는 최 전 원장이 선거법 전문가라는 점을 들어 맹비난했다. 법관 출신인 최 전 원장은 2012년 9월부터 2014년 2월까지 대전지방법원장과 대전시선관위원장을 겸직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최 후보의 이력에는 대전광역시 선관위원장이 기재돼있다”며 “최 전 원장이 자주 하는 말처럼 이번에도 선거법 공부가 부족해 마이크를 잡은 거냐. 아마추어 대선 후보의 정치 놀음으로 인한 피해와 피로감은 결국 국민께 끼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기홍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얼마 전 최저임금 인상을 범죄라고 말한 바 있는데 본인이 한 사전 선거운동이야말로 명백한 범죄다. 판사 출신인 그가 자신의 범죄를 어떻게 다스릴지 궁금하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정치 초보의 실수’라며 옹호하는 목소리가 나왔다가 ‘해당 행위’ 비판으로까지 이어졌다. 양준우 대변인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정치 초보의 실수로 보이고 사실관계가 확인되면 그에 맞게 처신하면 될 일”이라며 이를 공격한 민주당을 향해 “좀스럽고 민망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김재원 최고위원이 “당의 대변인이 당의 유력 대선주자를 공격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것은 명백한 해당 행위고 이적행위다. 도대체 우리 당의 대선후보에게 ‘정치 초보’라고 하며 ‘실수’라고 하는 것이 가당키나 한 것인가”라고 비판하자, 양 대변인은 ‘정치 초보의 실수’라는 표현을 ‘단순 실수’로 글을 수정했다.
한편, 시민단체인 사법정의 바로세우기 시민행동(사세행)은 이날 국민신문고를 통해 최 전 원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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