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여론조사 결과가 유권자 혼란을 가중한다는 비판은 선거 때마다 이어지는 레퍼토리다. 여론조사 ‘홍수’ 속 유권자 스스로가 여론조사 결과를 면밀하게 따져봐야 하는 이유다.
18일 <한겨레>가 주요 여론조사업체의 차기 대선주자 관련 질문지를 비교해보니, 업체에 따라 질문이 미묘하게 달랐다. 한국갤럽 경우엔 ‘다음번 대통령감으로 누가 좋다고 생각하는지’(선호도)를, 리얼미터는 ‘아무개 후보에 대해 지지와는 별개로 얼마나 호감이 가는지, 또는 호감이 가지 않는지’(호감도),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인물 중에서 누구를 가장 선호하는지’(선호도)를 분리해서 물어봤다. 또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 업체가 참여하는 ‘전국지표조사’(NBS)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등은 ‘차기 대통령감으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지’(적합도)를 물었다. 특히 한국갤럽은 다른 여론조사업체가 객관식 문항을 제시하며 선택하도록 하는 것과 달리, 주관식으로 선호하는 후보의 이름을 자유롭게 응답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장덕현 한국갤럽 전문위원은 <한겨레>에 “누가 최종적으로 출마해 끝까지 경쟁할지 알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는 누구를 후보군에 포함하거나, 포함하지 않는 것 자체가 공정하지 않을 수 있다”며 “자유 응답 질문은 누구에게나 동등한 조건이다. 인지도를 넘어서 후보 이름을 바로 떠올리는 ‘강한 선호도’를 반영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적합도는 해당 후보가 대통령 역할을 맡기에 얼마나 알맞은지를 묻는 것이다. 반면, 호감도는 후보 개인에 대한 친밀감, 감정적으로 그 후보에 얼마나 가깝게 느끼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호감을 느낀다는 것에서 향후 지지층이 될 가능성도 함께 판단할 수 있어 ‘호감도가 오르면 지지율도 올라갈 수 있다’는 가설을 세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선호도는 적합도와 호감도를 어느 정도 포괄하는 문구로 분류된다고 한다.
조사업체는 조사 시기에 따라 질문 문구를 바꾸기도 한다. 대체로 현재와 같은 선거 초반에는 후보자의 ‘자질’(적합도)을 물어보는 경우가 많고, 선거날이 임박한 막바지에는 후보군이 좁혀지고 유권자의 지지가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내기 때문에 ‘누구에게 투표할 것인지’(지지도)를 묻는 식이다. 진영별 최종 후보로 선거 구도가 좁혀지게 되면 ‘상대 당 후보보다 경쟁력이 있다고 보는지’(경쟁력), ‘지금 지지하는 후보를 앞으로도 지지할 것인지’(충성도)도 물을 수 있다. 하동균 케이스탯리서치 이사는 “지금처럼 후보군이 확정 안 된 상황에서 ‘누구를 지지하느냐’를 묻는 것은 앞서 나가는 질문이 될 것”이라며 “선거가 다가오면 질문 내용을 바꾸게 된다”고 했다.
특히 단일화 상황에선, 최종 후보를 결정할 여론조사의 질문 문구가 후보 간 가장 민감한 합의 사항이 된다. 예컨대,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오세훈 당시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단일화 경선을 하면서 여론조사 문구를 놓고 입장 차를 보였다. 당시 안 후보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비교했을 때 승리 가능성을 묻는 ‘경쟁력’을, 오 후보는 ‘적합도’를 묻는 것이 본인들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진영 정체성이 강한 후보는 ‘적합도’를 물었을 때 유리한 결과가 도출되는 반면, 진영 지지층보다 일반 유권자에게 두루 지지를 받는 후보는 ‘경쟁력’ 질문에서 수치가 높게 나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문제는 이처럼 조사기관마다 다르게 사용하는 질문들이 구별되지 않아 유권자들에게 혼선을 준다는 점이다. 특히 비슷한 시기에 각기 다른 질문을 한 조사 결과가 쏟아져나오면 더욱 헷갈릴 수밖에 없다”며 “언론이 이런 차이점들을 좀 더 면밀하게 구분하여 여론조사 결과를 전달해야 한다”고 짚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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