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미 전 정의당 대표가 23일 ‘의원내각제 도입’을 공약하며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대선 출마 기자회견을 열어 대통령제를 폐지하고 의원내각제를 도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갈등할 때도, 재난지원금을 두고 부총리와 여당이 싸울 때도, 범죄를 저지른 재벌총수 앞에서도, 대통령은 침묵했다”며 “정치 갈등에 눈감고 책임을 회피하는 길이 지지율을 유지하는 방법이 되어버렸다. 양당 중심의 ‘낡은 공화국’의 반복은 대통령제도라는 사생결단식 낡은 권력체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이 전 대표는 또한 “지난 10년, ‘진보개혁연대’와의 단절을 선언한다”며 “거대양당의 경선이 추악한 네거티브로 흐르고 후보들은 너나없이 자책골을 넣는데도 정의당은 아직 경기장 안의 주전 선수로 비치지 않고 있다. 진보 개혁의 진영 논리에 갇혀 원칙을 지키지 못하고 흔들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대 변화를 눈치조차 채지 못하는 기성 정치, 그 변화를 간파했음에도 지금의 이익을 위해 꿈쩍도 하지 않는 기득권 세력들로부터 바통을 빼앗아 청년 세대에게 건네주는 일을 제가 하고자 한다”고 했다.
그는 ‘대한민국 최초의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스스로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시대, 그 시대에 경험한 우리 여성들의 배신감을 잘 알고 있다”며 “사회적 혐오와 차별, 폭력에는 어떠한 타협도 하지 않겠다는 최고 통치권자의 의지를 보여주겠다. 차별금지법 하나로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차별금지법 없는 세상은 막을 내려야 한다”고 했다.
20대 총선에서 정의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이 전 대표는 당내 주류인 인천연합 출신으로 2017~2019년 정의당 대표를 지냈다. 정의당에선 이정미 전 대표에 이어 심상정 의원과 황순식 경기도당위원장(전 과천시의회 의장도 이번 주에 출마선언을 할 예정이다.
정의당은 다음달 10~11일 후보 등록 절차를 밟은 뒤 10월1~6일 온라인과 자동응답시스템(ARS)을 통해 당원투표를 실시한다.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결선투표를 진행해 10월12일 최종 후보를 확정한다.
노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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