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강원 원주시 오크밸리리조트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강원권역 순회경선 합동연설회에서 이낙연, 이재명 후보가 인사한 뒤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추석연휴 직후에 치러지는 더불어민주당 호남 지역 대선 경선을 앞두고 ‘정세균 쟁탈전’이 치열하다. 결선 없는 본선행을 목표로 하는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를 저지하려는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모두 중도 사퇴한 정세균 전 총리를 향했던 당내 표심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 지사는 14일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저도 정세균 사단의 일부”라며 “지금이야 당장은 어떻게 말씀드리긴 어렵겠지만 끊임없이 연락드리고 찾아뵙고 충고 듣고 평소 해왔던 것처럼 잘 모시겠다”며 자세를 낮췄다. 정 전 총리가 민주당 대표였던 2008년 자신을 당의 상근부대변인으로 발탁했던 인연을 강조한 것이다. 이 지사는 이어 이 전 대표의 고향인 호남에서의 승리를 ”낙관할 수 없다”며 “1분 1초 아껴서 ‘정말 이길 수 있는 후보다, 압도적으로 경선을 조기에 끝내야 본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끊임없이 읍소하는 게 전략이라면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평소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던 이 지사가 ‘읍소 전략’을 택한 건 지난 주말 1차 국민선거인단 투표에서 51.09%(누적 득표율 51.41%)라는 ‘불안한 과반’을 얻은 데 이어 최근 호남 여론조사에서도 이 전 대표와의 지지율 격차가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붙어있기 때문이다. <무등일보>가 여론조사 업체인 리서치뷰에 의뢰해 지난 6~7일 광주·전남 성인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민주당 대선주자 적합도’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에서, 이 지사는 40.7%, 이 전 대표는 30.4%였다. 이 전 대표가 도지사로 일했던 전남에서는 이재명 41.7%, 이낙연 40.7%로 접전이었다. 이재명 캠프 관계자는 “호남 권리당원은 20만명에 달하고, 민주당 후보로서 꼭 지지를 받아야 하는 지역”이라며 “그만큼 절박한 마음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선 레이스가 중반으로 돌입하며 ‘호남 대회전’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전북이 고향인 정 전 총리를 향한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후보 사퇴 직전 정 전 총리의 누적 득표율은 4.27%였다. 정 전 총리의 득표력은 결선 없는 본선행을 노리는 이 지사나 반전을 모색하는 이 전 대표에게 모두 소중하다.
문재인 정부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총리를 역임하며 대표적인 ‘친문 후보’로 꼽혔던 이 전 대표는 정 전 총리에게 공식적으로 도움을 요청할 참이다. 이 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정 전 총리에게) 일부러 전화를 안 드렸다”며 “이제 정세균 전 총리의 큰 결단에 따른 지지자분들의 섭섭함을 위로해드릴 겸 도움도 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낙연 캠프는 정 전 총리 지지세가 이 전 대표 쪽으로 자연스레 이동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친문 후보’에 호남이라는 정치적 기반 등 공통점이 많아서다. 이낙연 캠프 관계자는 “정 전 총리의 사퇴로 호남에서 (누구를 찍을지) 고민하는 사람의 고민거리를 덜어줬다”며 “이낙연 후보는 호남에서 당연히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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