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지난 30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나오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화천대유 퇴직금 50억 사건’으로 탈당한 곽상도 의원 제명안을 놓고 국민의힘 내부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탈당한 의원의 의원직 박탈까지 추진하는 건 지나치다는 당내 반발에 이준석 대표는 “그런 방식으로 국민과 당원을 설득해보라”며 재반박했지만 정작 국민의힘 지도부는 “민주당이 제명안을 제출했으니 우리가 할 일이 없어졌다”는 결론을 내렸다. 국민의힘이 말로만 제명을 외치고 후속 조처에는 손을 떼는 방식으로 ‘상도 수호’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당의 내홍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곽 의원의 자진사퇴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파열음은 전날 밤에 열린 긴급 최고위원회에서부터 터져나왔다. 이 대표가 곽 의원 제명 건과 관련한 긴급 최고위를 소집하자 회의에 불참한 조수진 최고위원이 기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 형태로 “당이 곽상도 제명안을 의결하려고 한다. 전두환 신군부도 이렇게 안 한다”고 공개 비판한 것이다. 회의를 마친 뒤 이 대표가 “대장동 티에프 관련 논의사항이 있어 긴급회의를 했는데 모 최고위원께서 오해를 한 것 같다”고 수습에 나섰지만 조 최고위원은 “이준석 대표가 추진한 긴급 최고위 안건은 ‘곽상도 의원 제명’ 하나였음이 여러 군데서 확인됐다”며 “아들 문제로 아버지가 의원직을 사퇴한다면 부친의 농지법 위반이 확인된 이준석 대표가 대표직을 유지하는 건 타당하냐”고 쏘아붙였다. 이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대선을 앞두고 반박자씩 빨라도 부족함이 있는 상황에서 전두환 신군부 소리 들어가면서 굳이 당무를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며 격앙된 반응을 내놨다.
지도부 갈등이 표면화하자 대선 주자들은 곽 의원 제명을 반대한 조 최고위원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유승민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50억원 때문에 2030세대가 우리 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국민이 분노하는 목소리가 들리지 않느냐. 조 최고위원은 ‘상도 수호’ 그만두라”고 적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도 “조 최고위원께서 말씀하신 일반적 눈높이는 어떤 기준인지 의문이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면 된다”고 직격했고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당대표를 중심으로 원팀으로 뭉쳐야 한다. ‘상도 수호’는 당론이 아니다”라고 거들었다. 대선 정국에서 역풍을 우려한 대선주자들과 이 대표가, 당내의 ‘곽상도 제명 반대’ 의견을 대변한 조 최고위원과 한바탕 설전을 벌인 것이다.
이 대표는 곽상도 제명을 반대하는 조 최고위원을 때리는 방식으로 자신의 ‘의지’를 대외에 각인시켰지만 심야 최고위 논의를 거친 그의 결론은 “민주당이 일사천리로 (징계를) 진행하면서 저희가 그런 절차를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별다른 입장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 대표가 처음 제안한 곽상도 의원 제명에 민주당·열린민주당 의원 51명이 제명안을 제출하며 호응했지만 정작 이 대표는 당내 반발을 이유로 후속조처를 내놓지 못한 것이다.
결국 제명 카드를 처음 꺼내들었던 이 대표가 민주당의 징계안 제출을 핑계로 손을 놓음으로써 결과적으로 ‘상도 수호’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서용주 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어 “말과 행동이 다른 이 대표에게 국민과의 약속은 허울뿐인지 묻고 싶다”며 “‘아빠찬스’로 아들에게 50억의 퇴직금을 받게 한 곽 의원에 대해 무관용의 단호한 조치로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주시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곽 의원 거취 문제를 놓고 국민의힘 내부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와중에 곽 의원은 2일 오전 10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곽 의원의 자진사퇴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는 대목이다. 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곽 의원이 당에 누가 되지 않는 판단을 하실 것이란 전언을 여러 경로로 듣고 있었다. 곽 의원께 깊은 사의를 표한다”고 적었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도 “(곽 의원 지역구인) 대구에서는 ‘무조건 정권교체 해야 하는데 곽상도가 방해되는 거 아니냐’고 할 정도로 분위기가 안 좋다고 들었다. 사퇴 분위기가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곽 의원실 관계자는 “아들 관련한 입장 발표 정도로 생각해달라. 거취 문제에 대해서는 속단해서 말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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