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4일 ‘주식시장 발전과 개인투자자 보호를 위한 간담회'에서 참석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 도착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최측근인 정진상 선거대책위원회 비서실 부실장은 4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의 통화에 대해 “언론보도를 확인해야 하는 위치에 있어서 전화한 게 전부”라고 <한겨레>에 밝혔다. 이재명 후보는 그간 유 전 본부장이 측근이 아니라고 부인해왔으나, 핵심 측근인 정 부실장이 유 전 본부장이 지난 9월29일 압수수색을 받기 직전 먼저 전화를 건 사실이 드러나자 이 후보 쪽은 곤혹스러운 모습이다. 이 후보는 통화 사실을 나중에 들었다고 했다.
정 부실장은 이날 <한겨레>에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5분도 채 통화하지 못했다. 잠에서 덜 깬 것 같아 나중에 통화하자고 했다”며 이렇게 밝혔다. 그는 “언론에 난 것도 확인도 못 하고 잠 좀 깨고 나중에 통화하자고 한 게 전부다. 압수수색 사실은 전혀 몰랐다”고 해명했다.
유 전 본부장은 이에 앞서 검찰수사가 본격화된 9월 초 전화번호를 바꾼 뒤 정 부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을 믿어달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고 한다. 당시 그는 기존에 쓰던 전화번호를 바꿔 ‘잠적설’이 나돌던 때였다. 정 부실장은 “언론보도를 해명하려고 (유 전 본부장이) 전화했고 억울하다 자신을 믿어달라고 했던 거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유 전 본부장과의 통화사실이 드러나자 입장문을 내어 “당시 녹취록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는 상황에서, 평소 알고 있던 유 전 본부장의 모습과 너무나 달라 직접 확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통화했다”며 “통화에서 유 전 본부장에게 잘못이 있다면 감추지 말 것과 충실히 수사에 임할 것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정 부실장은 ‘유 전 본부장과 가까운가’라는 질문에는 “많은 산하기관 사람 중 한 명”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유 전 본부장이 전화번호를 바꾼 뒤에도 전화를 먼저 걸어온데다, 정 부실장이 ‘공교롭게도’ 유 전 본부장이 압수수색을 받기 직전 전화를 건 만큼 둘의 관계와 통화내용 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된다. 유 전 본부장은 압수수색 당일 문을 잠근 채 검찰 수사관의 진입을 막고 휴대전화를 창문 밖으로 집어던진 바 있다. 정 부실장과의 통화사실을 숨기기 위해 폐기를 시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이재명 후보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정 부실장이 유 전 본부장 압수수색 직전 전화한 사실에 대해 “그날 통화한 것은 나중에 들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둘의 통화 사실에 대해 공개적 언급은 하지 않았다. 이 후보는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간담회를 마친 뒤 ‘정진상-유동규 통화’에 대한 입장을 질문받았으나, 답변을 하지 않은 채 행사장을 떠났다.
이 후보 쪽에선 당황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이번 통화 사실로 대장동 의혹이 화살이 이 후보에게 집중될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이 후보 쪽 관계자는 “우리 입장에서는 이 후보가 돈 받은 것도 아니고 연결고리가 없다고 하지만, 국민들 보기에는 이 후보에게 대장동 관련한 부정적 이미지가 더 커질 수 있어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선대위 지도부의 한 의원도 “이 후보랑 가장 가까운 정 부실장이 유 전 본부장과 통화했다고 하니, ‘둘 사이에 뭐가 있느냐’고 국민들이 오해할까봐 그 부분이 우려된다”고 했다. 이 후보는 지난달 20일 국정감사에서 “유 전 본부장이 압수수색 당시에 자살한다고 약을 먹었다고 한다”고 말한 것과 관련해 <한겨레>에 정 부실장이 아닌 “참모를 통해 기자에게 전해 들은 얘기”라고 답했다.
이런 가운데 이 후보의 복심과 유 전 본부장 통화 의혹을 가장 먼저 제기했던 국민의힘 원희룡 대선 예비후보는 이날 <시비에스>(CBS)에 출연해 “(정 부실장 외에도 통화한 사람이) 한 사람 더 있다”고 주장했다. 원 예비후보는 이날 <시비에스> 라디오에서 “(이 후보의) 복심급”이라면서도 ‘통화한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에는 “제가 직접 확인해줄 수는 없다. 실명을 이야기하는 순간에는 증거를 대야 한다”고 말을 아꼈다.
야당도 이 후보에 대해 특검을 받아들이라며 공세수위를 높였다.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이제 검찰 수사의 칼끝은 이 후보를 향해야 한다”며 “이 후보의 핵심 측근인 유동규씨가 압수수색 직전에 또 다른 핵심 측근인 정 부실장과 통화했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라고 말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도 “이제 대장동 4인방이 구속된 만큼 이재명 후보의 직무유기와 배임 의혹 규명을 위한 수사만 남았다”며 “이 후보는 떳떳하다면 특검을 수용해야 한다. 이 후보의 결자해지를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