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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우리 윤 총장’에서 ‘국민의힘 대선후보’로…윤석열은 누구?

등록 2021-11-05 15:07수정 2021-12-06 23:05

국정원 수사로 박근혜 정부와 대립
국정논단 특검 뒤 현정부서 파격승진

조국 수사·추미애와 갈등 몸집 키워
총장직 사퇴 3개월만에 정치 입문
반문 여론에 정권교체 열망 투영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2차 전당대회에서 단상에 오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2차 전당대회에서 단상에 오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직전 호칭은 ‘전 검찰총장’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에서 정권을 교체하겠다는 제1야당의 후보가 된 것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정권에 맞서는 검사’로 명성을 얻은 그는 문재인 정부와의 불화를 자산으로 삼아 스스로가 ‘정치인’으로 거듭났다.

교수 집안에서 태어나 유복한 성장기를 거쳐 서울대 법학과에 입학한 그는 9수 끝에 1991년 사법시험에 붙었다. 1994년 대구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했고 8년 만에 사표를 내고 대형 법무법인에 들어갔지만 1년 뒤 다시 검찰로 돌아왔다. 검찰청에 방문해 엘레베이터에서 마주친 짜장면 냄새가 예전 밤샘수사하던 향수를 자극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1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등 특수통 검사로서 요직에 배치됐고 박근혜 정부 첫해인 2013년 4월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에 의해 국정원 정치개입 사건 특별수사팀장으로 차출됐다. 본인이 “운명이었다”고 말하는 수사다.

채 총장 낙마 뒤 검찰 수뇌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국가정보원 정치개입 사건 수사를 강행했다. 2013년 10월 국정감사장에서 수사 외압을 폭로했고 “사람(채동욱 전 검찰총장)에 충성하는 것 아니냐”는 정갑윤 당시 새누리당 의원의 질책성 질문에 “사람에 충성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반박했다. ‘강골검사’의 이미지를 대중에 각인시킨 순간이었다. 고검으로 좌천되며 한직을 떠돌던 그는 박근혜 정권이 저물던 2016년 12월 국정농단 특검에 합류하면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문재인 정부 ‘적폐청산’ 수사의 선두에 선 그는 대전고검 검사에서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다시 검찰총장으로 파격 승진을 거듭했다.

하지만 검찰총장 임명 직후인 2019년 8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일가를 수사하면서 문재인 정부와의 ‘밀월’이 한순간에 깨졌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의 극한 대립 과정은 역설적으로 윤 전 총장이 정치적 몸집을 키우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10월 대검 국정감사장은 ‘정치인 윤석열’의 가능성을 높인 자리였다. 그는 “윤석열의 정의는 선택적 정의”라는 박범계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선택적 의심 아닌가. 과거에는 저에 대해 안 그러지 않았느냐”고 맞받아쳤다. 날을 넘겨 진행된 국감에서 그는 ‘정치 참여’ 여부를 묻는 질의에 “그건 제가 말씀드리기 어렵다. 퇴임하고 나면 우리 사회와 국민을 위해서 어떻게 봉사할지 그런 방법을 천천히 생각해보겠다”고 답했다. 여권에서는 검찰조직 수장의 ‘레드라인’을 넘는 발언이었다는 비판이 나왔다.

헌정 사상 초유의 징계 대상이 된 검찰총장에게 ‘반문재인 여론’의 지지가 모였다.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동시에 겨눴던 검사 시절 이력은 그를 ‘법치와 공정의 상징’으로 만들었다. 동시에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위해 검찰총장은 퇴임 뒤에도 정치를 멀리해야 한다는 당위도 ‘정권 교체 열망’ 속에 흐지부지됐다. 그는 지난 3월 총장직을 돌연 사퇴한 뒤 6월29일 대선 도전을 선언했다. 직접 작성한 대선 출마 선언문에는 “상식을 무기로 무너진 자유민주주의와 법치, 시대와 세대를 관통하는 공정의 가치를 기필코 다시 세우겠다”는 포부가 담겼다.

‘정치인 윤석열’은 ‘검사 윤석열’에 모인 기대치를 밑돌았다. 숱한 설화로 국정철학의 빈곤을 드러냈다는 비판을 샀다. 하지만 그에게 집중된 정권교체의 열망을 근본적으로 흔들지는 못했다. 4개월 경험의 초보 정치인이 40년 전통의 제1야당을 ‘접수’한 것이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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