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총무원장인 원행스님을 예방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기자의 현장 질의에 답변을 거부하면서 잡음이 일고 있다. 이 후보를 수행하고 있는 수행단이 즉흥발언으로 인한 설화를 줄이겠다는 취지로 사실상 이 후보의 발언을 ‘통제’하고 있지만 불통 이미지를 강화시키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민주당은 지난 2일 당 중심 매머드 선거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키며 후보를 밀착 보좌하는 정무조정실장과 수행실장에 강훈식·한준호 의원이 각각 임명됐다. 이재명 캠프에서 손발을 맞추던 측근들이 아닌 ‘당에서 보낸’ 인사들이었다. 이들이 이 후보를 수행하면서 기자단과 마찰이 시작됐다. 이 후보가 일정 중간중간 기자들의 현안 질의에 답을 하는 ‘백그라운드 브리핑(백브리핑)’을 줄인 것이다.
정진상 비서실 부실장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과 통화를 한 사실이 알려진 지난 4일엔 ‘두 사람의 통화 사실을 보고받았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 후보는 답하지 않았다. 지난 8일엔 이 후보의 답변은 물론 기자들의 질문까지 강훈식 의원이 제지하기 시작했다. 선대위 회의가 끝난 뒤 블록체인을 활용한 개발이익 공유 구상에 대해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지자 강 의원은 “걸으면서 말씀 안하십니다. 물러나주세요”라고 막아섰다. 스타트업 관계자들과 오찬 뒤에도 강 실장은 대기 중인 기자단에게 “후보는 걸어가면서 말하지 않는다. 앞으로 (백브리핑은) 절대 없다”고 통보했다.
‘걸어가면서 말하지 않는다’는 건 이해찬 전 대표가 당 대표 시절 현장기자들의 질문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내놓은 답변이기도 했다. 결국 이날 세 번째 일정인 조계종 방문 뒤 갈등이 표면화됐다. 강훈식·한준호 의원이 질문을 또 막아서자 기자들은 “질문할 권리를 막으면 안 된다”고 항의했다. 후보가 현장을 떠나고 대변인들이 대신 답변을 하겠다고 했지만, 기자단은 이를 거부했고 이에 박찬대 수석대변인은 “대변인은 필요 없어요? 대변인 필요 없으면 그러면 우리 기자들 안 만난다”며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런 잡음은 경선 캠프가 당 중심의 선대위 체제로 전환되면서 빚어지는 혼선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후보 확정 뒤 당에서 온 선대위 인사들의 지나친 ‘방어 기제’가 이 후보의 강점이었던 ‘소통’ 기조를 한순간에 ‘불통’으로 뒤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이재명 캠프 소속이었던 한 의원은 “시간이 한정돼 있으니 (답변을 못 하는 것을) 양해 바란다고 하면 될 일을 일방적으로 못한다, 안된다고 하면서 질문을 막아버리는 건 문제다. 본인이 하고 싶은 말만 하겠다는 건데 그게 불통 이미지를 강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잡음이 커지도록 사태를 방치하는 핵심 참모들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후보가 현장의 분위기도 알아야 하는데, 주변에 좋은 얘기를 하는 사람은 많지만 직언해주는 사람이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
당 안팎에서 이 후보 ‘불통’ 행보에 우려가 커지자 선대위에서는 개선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선대위 관계자는 “궁금한 사안이 있으면 하루에 한 차례 정도 백브리핑하는 것 정도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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