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 국민의힘 당사에서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으로부터 문재인 대통령의 축하 난을 전달받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게 축하 난을 보냈다. 난을 들고 온 이철희 정무수석에게 윤 후보는 문 대통령 안부를 물었고 이 수석은 “나쁘지 않다”며 “대통령은 혹사 당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이 수석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후보실을 방문해 윤 후보를 만났다. “우리 윤 총장님”에서 정권교체의 선봉으로 변신한 윤 후보를 선뜻 축하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이 수석은 난을 전달하며 축하했고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환담을 이어갔다. 윤 후보는 “우리 대통령하고 여사님하고 다 건강하시냐”며 대통령 부부의 안부부터 물었고 이 수석은 “나쁘지 않지만 옛날에 대통령 되기 전에 비하면 굉장히 많이 상하셨다. 대통령이 혹사당하는 자리다. 저도 가까이서 봐서 새삼스레 느꼈다”고 답했다. 후보 비서실장으로 배석했던 권성동 의원은 “시작하기 전에 겁부터 (준다)”며 웃었고 윤 후보도 “아유 다 힘든 자리죠”라고 받았다.
이 수석도 윤 후보에게 “살이 좀 빠지신 것 같다”고 하자 윤 후보는 “못 먹어서 그렇다. 카니발 타고 다니면서 김밥이나 빵 이런 걸로 끼니를 때우니까. 그래도 재미가 있다”고 답했다. 이 수석은 이어 “축하 말씀 드리고 체력안배 잘 하시라”는 문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했고 윤 후보는 “감사 말씀 전해 드리고 여사님하고 두 분 다 건강 잘 챙기시라고 (전해 달라)”고 화답했다.
30분간 이어진 비공개 면담에서 윤 후보는 이 수석에게 “선거 중립이 지켜져야 한다”는 말을 거듭 강조했다고 한다. 이양수 수석 대변인은 면담 뒤 기자들에게 “윤 후보께서 대통령에게 ‘이번 대선에서 엄정한 중립을 지켜주기 바란다’고 요청을 하셨고 정무수석께서도 ‘그 말씀을 대통령께 전달 드리겠다’고 했다. 또 정무수석이 여기 오기 전에 대통령이 ‘선거에 대해 엄정중립을 하겠다’는 말씀을 (이 수석을 통해) 전해달라고 이야기를 하셨다고 한다”고 전했다. 야당의 우려에 앞서 문 대통령도 선거 중립에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 수석은 국회 국민의당 당대표실을 방문해 안철수 후보에게도 축하 난을 전달했다. 안 후보는 이 수석에게 “양쪽 큰 기득권 정당의 두 후보가 서로 고발이라든지 여러 가지 의혹들이 많아서 특검 애기들이 계속 오고가고 있다. 청와대에서 법무부 장관을 통해서 특검, 쌍특검을 진행해주시길 건의드리고 싶다”고 했다. 이에 이 수석은 “특검 관련해선 저희로선 엄정중립의 원칙을 갖고 있다. 저희가 또 검찰 수사나 특검에 대해 언급하는 게 또 다르게 선거에 개입하는 것이지 않을까 하는 주저하는 마음도 있다”며 “후보님이 말씀 주셨으니까 제가 대통령께 전달을 하겠다”고 답했다.
이 수석은 이날 서울 영등포동 ‘새로운 물결’ 사무실을 방문해 대선 출마를 선언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에게도 축하 난을 건넸다. 김 전 부총리는 “대통령님은 저와 한마음이셨는데 경제 패러다임 바꾸고 싶었고 결국 경제 패러다임은 정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돼 정치를 시작했다”며 “정치 세력교체, 정치판 교체에 동의해 주신 걸로 알고 뚜벅뚜벅 가겠다”고 말했다. 이 수석은 오는 16일 심상정 정의당 후보와 만날 계획이다.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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