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지방선거가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거대양당의 광역단체장 공천에서 남성 우위 성향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자치제가 시행된 27년 간 여성 광역단체장이 전무했던 ‘지방선거 유리천장’이 공천 단계부터 다시 확인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거대 양당의 광역단체장 공천 상황을 4일 보면, 민주당 17개 광역단체장 후보 중 여성은 임미애 경북지사 후보 1명뿐이다. 국민의힘 역시 여성 후보는 2명(김은혜 경기지사 후보, 조배숙 전북지사 후보)에 불과하다. 김동연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와 접전을 벌이고 있는 김은혜 후보를 제외하면, 다른 두 후보는 상대적으로 당선 가능성도 크지 않다.
광역단체장의 ‘초남초 현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4년 전 7회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17개 광역단체장 전원을 남성으로 채웠고, 자유한국당 광역단체장 후보 15명 중 14명이 남성이었다. 당시 당선된 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 14명 중 2명(박원순 서울시장, 오거돈 부산시장)이 위력 성폭력 사건에 휘말려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1995년 지방자치제 시행 뒤 ‘도백’으로 불리는 광역단체장에 여성이 선출된 경우는 한 차례도 없다.
남성 일색의 광역단체장 공천은 ‘당선 가능성을 따진 현실론’으로 설명된다. 중량감 있는 정치인·지방행정가 중 다수가 남성인 상황에서 이들을 공천하는 건 ‘당선 가능성’을 제1목표로 삼는 선거 논리상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소장은 “여성 공천을 위한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상황에서 펼치는 ‘현실론’은 무책임하고 무의미하다“며 “책임 있는 정당이라면 20여년간 광역단체장 중 여성이 1명도 없는 상황을 반성하고, 이를 바꿀 제도 개선책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역단체장 선거의 ‘초남초 현상’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여성할당제 등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직선거법은 비례대표 국회의원·지방의회 의원 선거에서 후보자의 50% 이상을 여성으로 추천하도록 했으나, 광역·기초단체장 공천에서는 별다른 규정이 없다. 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지난해 시·도지사 선거에서 각 정당이 여성과 남성을 각각 1명 이상 추천하도록 하는 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논의의 진전은 없다. 김은주 소장은 “여성할당제가 있는 기초·광역 의회나 국회의원 선거에서 여성 비율이 조금씩 늘어온 반면, 이러한 제도가 없는 광역단체장·기초자치단체장은 여성이 거의 전무한 상황”이라며 “구조적 차별을 타파하기 위한 제도적 개입 없이 유리천장은 저절로 깨지지 않는다는 걸 증명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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