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로 출마한 박용진 의원이 지난달 31일 대구시당에서 지역 기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왼쪽 사진) 강훈식 후보도 같은 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구도로 기우는 가운데 ‘2약’ 후보 사이의 단일화도 사실상 변수에서 제외됐다. 판세가 일찌감치 굳어지면서 민주당 전당대회가 흥행 계기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당 대표 후보인 박용진 의원은 당대표 선출을 위한 1차 국민여론조사를 하루 앞둔 11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답답하게 진행되고 있는 전당대회의 낮은 투표율 등 일방적인 결과를 보면서 뭔가 반전의 계기와 기폭제가 필요하다”며 강훈식 의원에게 거듭 단일화를 촉구했다.
경선 초부터 단일화 제안을 했던 박 의원은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민심과 당심이 확인되는 방식이면 어떤 것이든 강훈식 후보가 제안하는 방식으로 단일화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의원이 1, 2차 경선에서 75%에 육박하는 누적 득표율을 얻으며 독주하는 가운데, 단일화가 더 늦어지면 반전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강 의원은 단일화 제안을 거부했다. 그는 <에스비에스>(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어떤 계기도 없이 20%의 표를 받은 후보와 5%의 표를 받은 후보가 힘을 합쳐 25%를 만든다고 해서 파급효과가 있을지 묻고 싶다”며 “지금은 파이를 키우고, 비전을 키우는 데 집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강훈식이라는 사람이 민주당의 비전과 미래를 이야기하는 비행기를 띄워야 하는데 활주로에 단일화라는 방지턱을 설치하는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강 의원은 이날 오후 <문화방송(MBC)경남>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박 의원과) 비전이 다른데 ‘이재명 의원 반대하니깐 단일화하자’는 것은 당의 희망이 되겠습니까, 미래가 되겠습니까” 반문하며 재차 단일화에 선을 그었다
민주당 주변에서는 이재명 의원의 압도적 우위 탓에 전당대회 분위기가 좀체 뜨지 않는다는 말이 많다. 투표율도 저조해서 순회 1주차 5개 지역 권리당원 평균 투표율은 44.66%에 그쳤다.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지금까지 저희 당이 전당대회를 10번 치러본 것 같은데 어느 전당대회가 흥행 대박이 났느냐”며 “인생무상, 흥행무상이다. 화젯거리가 풍부하지 못하단 지적은 일리 있지만, 남은 기간 조금 더 지켜봐야겠다는 담담한 마음을 가진다”고 말했다.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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