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국회 법사위, 사형제 폐지 공청회
“사형이란 범죄 피해자 쪽에는 일시적 보상감을 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사형을 당한 당사자에게는 비인간적이고, 야만스럽기 짝이 없는 잔인한 고통 바로 그 자체이며, 인간성을 말살하는 참을 수 없는 고통만 안겨줄 뿐이다.”(허일태 동아대 교수·법학)
“사형폐지론자들은 사형제는 야만적인 복수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 논리는 살인자가 ‘나는 당신을 죽이지 않을 것을 약속한다. 그러나 나는 자의적으로 이 약속을 위반해 당신을 죽이는 일이 있어도 당신은 나를 죽이지 않는다는 약속을 미리 하라’고 요구한 것을 승락하는 것과 동일하다. 이 얼마나 정의에 반하는 주장인가.”(이재교 변호사·자유주의연대 운영위원)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개최한 ‘사형제 폐지’에 관한 공청회에서는 사형제의 존폐를 놓고 전문가들이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최근 법무부가 사형제를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태도를 밝히고, 희대의 ‘살인마’로 불렸던 유영철씨가 몇몇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형제 필요성을 주장하는 상황과 맞물리면서 이날 공청회에는 이목이 집중됐다.
이헌규 부장검사 “법무부, 사형제 존폐 근본 검토”
토론자로 나온 검찰과 법원, 학계, 시민단체 전문가들은 사형제 존폐 문제에 대한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사형제 폐지론자들은 사형제가 응징이라는 원시적 형벌로 인간이 가장 소중한 권리인 생명권을 박탈하지만 범죄 억제력 등 실효성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사형제 찬성론자들은 폐지론자들 중에는 사형이 비인도적이라며 마치 인도주의를 독점한 듯한 자세를 보이고 있지만, 피해자의 생명과 인권도 소중하다고 반박했다.
법무부와 대법원를 대표한 토론자들은 사형제 폐지 여론 등을 감안하면서도 신중한 접근론을 역설했다. 첫 토론자로 나선 이헌규 대구지검 형사3부 부장검사는 “사형제 존폐 문제는 그 나라의 문화 수준과 사회 현실에 따라 국민의 총의를 모아서 결정할 문제”라며 “법무부는 사형제도 존폐 문제와 함께 제도 개선 방안에 관해 보다 근본적이고 심층적인 연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부장검사는 “법무부의 이런 태도가 사형 폐지를 전제로 사형제도를 개선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사형제를 유지할 경우 △사형범죄 범위 축소 △절대적 사형제도 폐지 △사형의 집행 유예제도 등 개선이 가능하고, 사형제도를 폐지할 경우에는 △가석방 없는 절대적 종신형 △일정 기간 복역 후 가석방이 가능한 상대적 종신형제 도입 등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을 대표한 유해용 사법연수원 교수는 “헌법재판소가 1996년 사형제도가 합헌이라는 결정을 선고하면서 ‘사형을 형벌로 계속 존치시키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고 바람직한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찬반 논의가 계속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며 “여론조사나 설문조사로 국민의 현재 법 감정을 검증해 보는 문제로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그러나 “사형제도 개선 방식은 국민의 대표 기관인 국회가 국민의견을 수렴해 정책적 결단을 내리는 게 바람직 하다”고 밝혔다. 시민단체·변협 등 토론자, 찬반 엇갈려 반면, 시민·사회단체나 종교단체를 대표한 토론자들은 찬반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민경식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이사는 “살인이나 이를 능가하는 흉악범죄가 없으면 사형제도 없다고 누구나 단언할 수 있지만, 사형제도를 없애면 살인과 같은 흉악범죄가 없어질 것이라는 말은 누구도 할 수 없다”며 “국민 모두가 사형제도가 존치한다는 것 자체가 정말 불필요한 것으로 느낄 때까지 사형제도는 존치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 이사는 다만 “대상범죄의 축소, 일정 기간 사형집행의 금지, 독립된 위원회에서 집행 여부 결정 등을 보완책으로서 검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상겸 동국대 교수(헌법학)도 “사형제는 흉악범을 제거하는 중요한 제도로 국가와 사회의 질서를 보존해 준다”며 “결코 야만적이 아니고 인간의 오랜 역사 속에서 사회를 지키기 위한 필요악이자 최후 수단”이라고 존치 필요성을 역설했다. 특히 자유주의연대 운영위원인 이재교 변호사는 “사형제 폐지의 대안으로 논의되는 가석방없는 종신형제는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은데, 사형폐지론자들은 이런 이치를 알고 있으면서도 우선 사형을 폐지하려는 욕심이 앞선 나머지 실현 가능성도 없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제’를 주장하고 있다”며 “솔직하게 무기징역제로 대체하자고 주장하는 게 당당한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그러나 허일태 동아대 교수는 “한국에서 사형제는 국가의 재정과 인력, 보안상 문제로 중범죄자를 평생 감옥에 가둬둘 수 없는 사정에서 기인했다”며 “이제는 사형을 시키지 않고도 이들을 무기수로 격리수용할 여력이 있다”며 사형제 폐지를 주장했다. 허 교수는 특히 “한국 땅에서 사형제도는 정치적 반대자를 제거하는 데 악용됐고, 군사정권 등 권위주의 통치의 수단으로 이용됐다”며 “정치적 악용과 오판 시정의 기회가 박탈된 사형제는 폐지하는 게 옳다”고 주장했다. 천주교인권위원회 위원장인 김형태 변호사도 “전세계적으로 120개 나라에는 사형이 없고, 미국·중국·일본과 같이 결코 문화국이라고 할 수 없는 패권주의 나라들이 사형 존치국가들이고, 사형이 존재하는 이런 나라에서 오히려 끊임없이 강력사건이 일어난다”며 “흉악범의 생명도 소중히 여기는 문화국가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이론적 측면에서도 국가는 인간의 생명 박탈권을 갖지 못한다”며 “범죄자는 종신형 대체입법을 통해 처벌하고 피해자 가족에게는 사회적 부조체계를 확립하자”는 대안을 제시했다. 한편, 이날 공청회에 앞서 ‘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범종교연합’은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사형제도는 이미 세계 120여 개국에서 제도적으로 폐지했거나, 사실상 폐지된 형벌제도이고, 범죄 억제력이 없다는 것도 이미 여러 학자들에 의해 연구 발표됐다”며 사형제 폐지를 촉구했다. 이들은 유인태 의원 등 175명의 여야 의원이 발의한 ‘사형폐지에 관한 특별법안’을 이번 4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키라고 요구했다. <한겨레>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대법원을 대표한 유해용 사법연수원 교수는 “헌법재판소가 1996년 사형제도가 합헌이라는 결정을 선고하면서 ‘사형을 형벌로 계속 존치시키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고 바람직한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찬반 논의가 계속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며 “여론조사나 설문조사로 국민의 현재 법 감정을 검증해 보는 문제로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그러나 “사형제도 개선 방식은 국민의 대표 기관인 국회가 국민의견을 수렴해 정책적 결단을 내리는 게 바람직 하다”고 밝혔다. 시민단체·변협 등 토론자, 찬반 엇갈려 반면, 시민·사회단체나 종교단체를 대표한 토론자들은 찬반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민경식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이사는 “살인이나 이를 능가하는 흉악범죄가 없으면 사형제도 없다고 누구나 단언할 수 있지만, 사형제도를 없애면 살인과 같은 흉악범죄가 없어질 것이라는 말은 누구도 할 수 없다”며 “국민 모두가 사형제도가 존치한다는 것 자체가 정말 불필요한 것으로 느낄 때까지 사형제도는 존치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 이사는 다만 “대상범죄의 축소, 일정 기간 사형집행의 금지, 독립된 위원회에서 집행 여부 결정 등을 보완책으로서 검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상겸 동국대 교수(헌법학)도 “사형제는 흉악범을 제거하는 중요한 제도로 국가와 사회의 질서를 보존해 준다”며 “결코 야만적이 아니고 인간의 오랜 역사 속에서 사회를 지키기 위한 필요악이자 최후 수단”이라고 존치 필요성을 역설했다. 특히 자유주의연대 운영위원인 이재교 변호사는 “사형제 폐지의 대안으로 논의되는 가석방없는 종신형제는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은데, 사형폐지론자들은 이런 이치를 알고 있으면서도 우선 사형을 폐지하려는 욕심이 앞선 나머지 실현 가능성도 없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제’를 주장하고 있다”며 “솔직하게 무기징역제로 대체하자고 주장하는 게 당당한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그러나 허일태 동아대 교수는 “한국에서 사형제는 국가의 재정과 인력, 보안상 문제로 중범죄자를 평생 감옥에 가둬둘 수 없는 사정에서 기인했다”며 “이제는 사형을 시키지 않고도 이들을 무기수로 격리수용할 여력이 있다”며 사형제 폐지를 주장했다. 허 교수는 특히 “한국 땅에서 사형제도는 정치적 반대자를 제거하는 데 악용됐고, 군사정권 등 권위주의 통치의 수단으로 이용됐다”며 “정치적 악용과 오판 시정의 기회가 박탈된 사형제는 폐지하는 게 옳다”고 주장했다. 천주교인권위원회 위원장인 김형태 변호사도 “전세계적으로 120개 나라에는 사형이 없고, 미국·중국·일본과 같이 결코 문화국이라고 할 수 없는 패권주의 나라들이 사형 존치국가들이고, 사형이 존재하는 이런 나라에서 오히려 끊임없이 강력사건이 일어난다”며 “흉악범의 생명도 소중히 여기는 문화국가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이론적 측면에서도 국가는 인간의 생명 박탈권을 갖지 못한다”며 “범죄자는 종신형 대체입법을 통해 처벌하고 피해자 가족에게는 사회적 부조체계를 확립하자”는 대안을 제시했다. 한편, 이날 공청회에 앞서 ‘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범종교연합’은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사형제도는 이미 세계 120여 개국에서 제도적으로 폐지했거나, 사실상 폐지된 형벌제도이고, 범죄 억제력이 없다는 것도 이미 여러 학자들에 의해 연구 발표됐다”며 사형제 폐지를 촉구했다. 이들은 유인태 의원 등 175명의 여야 의원이 발의한 ‘사형폐지에 관한 특별법안’을 이번 4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키라고 요구했다. <한겨레>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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