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한화갑(가운데), 장상(오른쪽 두번째) 공동대표 등이 15일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6·15선언 6돌 축하행사를 열어 기념 떡을 자르고 있다. 연합뉴스
거창한 ‘밑그림’…만만찮은 ‘현실’
민주당이 15일 중앙위원회를 열어 당의 지도체제를 ‘한화갑-장상 공동대표제’로 전환했다. 제2의 도약을 향한 움직임이다.
그동안 한화갑 대표 단일지도체제를 고수해온 민주당의 ‘변신’은, 지방선거에서 선전했지만 호남의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한 한계를 돌파하고 향후 정계개편 과정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한화갑 구상’이 구체화한 것이다. 지방선거 이전부터 “열린우리당이 참패할 것”이라고 주장해 온 한 대표는 요즈음 ‘노무현 대통령의 열린우리당 탈당→여권의 계파별 분해 및 탈당 도미노→민주당 중심의 반한나라당 연합 결성→정권 재창출’이라는 정계개편 시나리오를 역설하고 있다.
이를 위해선 당의 한계를 뛰어넘는 일이 시급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지방선거 성적표는 광주·전남이라는 문턱을 넘어서지 못했다. 열린우리당이 ‘김근태 의장 체제’로 대오를 갖추면서 당분간 ‘빅뱅’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당세 확장의 견인차로 설정했던 고건 전 총리마저 ‘독자세력화’로 방향을 잡으면서 정계개편의 뚜렷한 동력을 찾을 수 없게 됐다. 더욱이 한 대표는 대법원 확정 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할 가능성마저 있다.
이런 사정 탓에 ‘공동대표제’는 한 대표 나름의 묘수풀이로 보인다. 한 대표 자신은 선거 참패로 동요하는 열린우리당 의원 영입에 주력할 테니, 장상 전 총리는 시민사회단체 명망가를 영입하는 데 힘쓰라는 것이다. 정치권 안팎으로 외연을 확대하기 위한 일종의 역할분담이다.
그럼에도 현실이 한 대표 계산대로 흘러갈지는 미지수다. 한 대표의 핵심 측근 인사는 “열린우리당 소속 호남 의원 3~4명이 최근 한 대표에게 ‘민주당 복당 때 기득권을 보장해 줄 수 있느냐’는 의사를 타진했다”며 “조만간 의원 영입 구상이 구체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은 “개별 의원의 이탈은 없다”고 장담한다.
고건 전 총리와의 관계설정은 더욱 어렵다. 한 대표는 고 전 총리의 역할을 ‘민주당을 수권정당의 반석 위에 올려 놓는 동반자’ 정도로 상정하고 있다. 당장 민주당에 입당해 당을 살리는 데 일조하고, 그 결과를 평가받아 민주당 대선후보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고 전 총리는 민주당에 입당할 뜻이 없다고 밝혔고, 당내 친고건계 의원들도 고 전 총리를 압박하는 한 대표의 태도에 대해 무리수라는 반응이 강하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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