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시장의 지원은 전혀 없다. 증거를 대라.”(이재오 후보)
“이재오 후보가 아니라 이명박 전 시장과 싸우고 있는 느낌이다.”(강재섭 후보)
11일 열리는 한나라당 대표 경선을 눈 앞에 두고 양강 주자인 이재오, 강재섭 두 후보 사이의 ‘이명박-박근혜’ 대리전 논란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급기야 두 사람은 9일 서울 염창동 당사에서 잇따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직접 상대를 거칠게 비난했다.
이 후보는 “나는 이회창 전 총재를 모시고 두 번이나 대선을 치렀으므로 굳이 ‘계’를 말하라면 ‘이회창계’다”라며 “이명박 전 시장과는 당의 명령으로 선거대책본부장을 지내 인간적으로 친한 사이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이 전 시장과 가까운 박창달 전 의원이 자신을 돕고 있는 게 ‘이명박 지원설’의 근거로 제기되는 것에 대해서도 “박 전 의원은 내가 국회의원이 되기 전부터 알아온 ‘30년 친구’라서 돕는 것”이라며 “단 한 건의 증거도 못 대면서 대리전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구태정치의 표본”이라고 주장했다.
강 후보는 이에 대해 “이 전 시장의 대권 사조직이 전국적으로 (이 후보를) 응원하고, 연설회장에 차량을 수십대 동원하며, 심지어 나와 확실히 가까운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들에게까지 이 전 시장이 직접 전화를 걸고 있다”며 “6개월 전부터 일을 벌여놓고 이제와서 ‘대리전이 아니다’라고 말하면 안 된다”고 공격했다.
강 후보는 “저쪽에서 먼저 대리전을 선포하니까 박 전 대표와 가까운 진영과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에서 나를 도우려고 나선 것 같다”며 “솔직히 이건 대리전”이라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공개된 일부 여론조사에선 이 후보가 강 후보를 약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후보는 이런 조사에 힘입어 자신감을 보이면서도, 최근의 ‘대리전’ 논란이나 다른 후보들의 공세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강 후보 쪽은 “미공개된 다른 여론조사에서는 오차범위 안에서 강 후보가 앞섰다”며 막판 지지세 결집을 장담하고 있다.
한편, 3~5위 자리를 놓고 혼전을 벌이고 있는 권영세·정형근·전여옥·이방호·강창희·이규택 후보 등 나머지 여섯 후보들은 이재오-강재섭 양강 대결이 뜨거워질수록 자신들의 득표가 줄어들 가능성을 우려하며 “대리전은 안 된다”고 비판하고 있다.
황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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