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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되돌린 정치 시계 ‘미래’는 없었다

등록 2006-07-12 19:03수정 2006-07-13 00:30

성한용 선임기자가 본 한나라 전당대회
모든 것이 다 있었다. 한나라당 전당대회가 열린 지난 11일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는 없는 것이 없었다. ‘사람들’이 있었다. 체육관 주변은 대회 시작 전부터 몰려든 한나라당 사람들로 혼잡을 이뤘다. 풍물패가 있었고, 먹거리 좌판이 있었다. 전여옥 후보가 설치한 대형 미사일 모형, 이재오 후보가 동원한 자전거 유세단이 눈길을 끌었다. 헌혈차가 있었고, 장학금 접수처도 있었다.

무엇보다 ‘자신감’이 있었다. 대의원 투표 카드를 목에 건 사람들은 체육관 주변에서 가슴을 펴고 돌아다녔다. 대회장 안에는 ‘열기’와 ‘젊음’도 있었다. 7500여 대의원들의 함성과 박수, 웃음이 있었고, 노무현 정부를 향한 ‘증오와 저주’도 있었다. 가수 장윤정이 부르는 ‘어머나’가 있었고, 고음불가의 ‘레즈 고 투게더’도 있었다.

전당대회 대의원 참여율 83.1%는 놀라운 기록이다. 지난 4월25일 한나라당의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당원·대의원 선거인단 참여율은 47.8%였다. 박근혜 대표를 선출한 2년 전 7·19 전당대회는 61.6%였고, 2002년 5월10일 이회창 대통령 후보를 공식 확정한 전당대회조차도 이번보다 낮은 78.3%였다.

이렇게, 한나라당의 7·11 전당대회는 완벽한 한 판의 정치 축제였다. 그런데, 아쉽게도 ‘딱 한 가지’가 없었다. 바로 ‘미래’가 없었다.

한나라당 중도·소장파 모임인 ‘미래모임’의 단일후보 권영세 의원은 이번 전당대회에서 6위에 그쳐 탈락했다. 국회의원 57명,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 57명, 모두 114명이 한나라당의 ‘미래’로 뽑은 후보였다. 그는 “한나라당이 다시 옛날로 돌아가면 정권을 창출할 수 없다. 미래모임 단일후보가 패배하면 한나라당의 미래는 없다”고 목이 터져라 외쳤지만, 역부족이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권 의원 자신의 명망성과 개혁성 부족, 미래모임 참여 인사들의 정치적 배신 등으로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결국은 한나라당 전체의 선택이었다. 한나라당은 ‘미래’를 외면하고 강재섭·강창희·정형근으로 상징되는 ‘과거’를 택했다.

강재섭·정형근 의원은 서울대 법대를 나온 검사 출신 정치인들이다. 특히 안기부 대공수사국장과 차장을 지낸 정형근 의원은 민주화 운동 인사들에게 ‘악명’을 날리던 사람이다. 육사 출신 강창희 의원은 11대 민정당 의원으로 정치를 시작했다. 옛날에 민정당은 ‘육법당’이라고 불렸다. 육사와 서울대 법대 출신들의 정당이란 뜻이다. 지금 한나라당은 꼼짝없이 육법당, 영남당이 됐다.

한나라당은 지난 2년 동안 대체로 ‘겸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그래서 탄생했다. 그런데 왜 갑자기 뒷걸음을 치는 것일까? 한나라당 사람들에게 물어봤다. ‘오만’에서 나온 것 같다고 했다. 이제 더는 밖에서 자신들을 어떻게 볼 것인지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보궐 선거와 지방선거의 잇따른 승리, 여당의 지리멸렬이 어느새 한나라당을 오만하게 만들어 버렸다는 것이다. 강재섭·이재오 두 사람은 대의원 투표와 여론조사에서 상대방에게 각각 7%포인트씩을 이겼다. ‘민심’과 ‘당심’이 정반대로 어긋난 것이다.


미래모임 소속 의원들은 12일 전당대회 평가회에서, 한나라당의 ‘뒤로 가는 모습’에 우려를 표명했다. 박형준 의원은 “미래모임의 소임을 다할 때까지 멈출 수 없다”고 각오를 다졌지만, 맥이 빠진 표정이 역력했다.

지금 대한민국 정치는 비극적 상황에 빠져 있다. 여당은 거의 넋이 나간 채 지리멸렬하고, 오만한 야당은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있다.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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