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보연대’ 제기…“판과 틀 고민할 때” 반론
열린우리당 정파모임 가운데 하나인 ‘신진보연대’가 25일 ‘대선후보 조기선출론’을 공식 의견으로 채택하고 적극적인 추진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당내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신기남 전 의장을 비롯해 의원 9명이 참여하고 있는 신진보연대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대선후보를 조기에 뽑자는 주장은 당의 정체성을 먼저 확립하자는 논리의 자연스러운 결론이므로 이를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모임은 또 “대선후보 조기선출론은 ‘완전국민경선제’(오픈 프라이머리)와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므로 이 제도 도입을 적극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선후보 조기선출론은 열린우리당의 가치와 정체성에 맞은 대선후보를 먼저 뽑아 침체된 당의 활로를 찾고, 이후의 정계개편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자는 주장이다. 당내에선 고건 전 총리 쪽과의 통합에 제동을 거는 움직임으로 해석하는 분위기가 많다.
그렇지만 실현 가능성에 고개를 젓는 반대론이 당장 제기되고 있다. 현실적으로 열린우리당이 대선후보를 선출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당 관계자는 “지금의 열린우리당으로는 어려우니 다른 방안을 모색해보라는 게 5·31 지방선거의 민심 아니냐”라며 “이 상태로 대선후보 경선을 실시한들 국민들이 과연 얼마나 눈길을 보낼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당내엔 대선후보 경선 시기보다는 후보선출 방식과 틀에 대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 ‘게임의 규칙’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면 불가피하게 소용돌이가 일고 정계개편 논의가 진행돼, 조기선출론이 무의미해진다는 얘기다. 김근태 의장을 지지하는 ‘경제민주화와 평화통일을 위한 국민연대’(민평련) 사무총장인 문학진 의원은 “후보 결정보다 판을 잘 짜고 틀거리를 만드는 게 우선”이라고 밝혔다.
정계개편의 주요 변수인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관계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점도 조기선출론의 맹점으로 지적된다. 한 초선 의원은 “후보를 먼저 뽑더라도 현실적으로 내년 3·4월 이전은 어려운데, 그때쯤이면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식으로 판이 변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후보선출론은 한가한 얘기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당내 대선주자들은 신중한 반응을 내보였다. 김근태 의장 쪽은 “대선에 대한 백가쟁명식 논의 가운데 하나로 보고 주시하고 있다”며 “찬반 의견을 정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날 사표를 내고 당으로 돌아온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 쪽은 “지금은 당의 활로를 모색하면서 일의 우선순위를 고민하는 단계”라고만 말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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