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의견 관철” 자평속 일부 “마녀사냥” 불만
감정 ‘골’ 깊어져 사전조율 더 무거운 과제로
감정 ‘골’ 깊어져 사전조율 더 무거운 과제로
열린우리당은 2일 김병준 교육부총리의 자진사퇴로 일단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청와대와의 정면 충돌을 일보 직전에서 피했고, 네 야당의 해임 건의안 제출 등으로 정국이 혼미한 상황으로 빠져들 우려도 털어냈다.
우상호 열린우리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어 “대통령과 당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내린 용단”이라며 “당·정·청 관계자들은 민심과 여론을 겸허하게 수용한 노력의 일환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여당은 김 부총리에 대한 ‘다단계 압박’과, 국회 교육위원회 개최라는 ‘제2의 청문회’ 해법을 통해 나름대로 수습에 성공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김근태 의장이 지난달 28일 김 부총리를 직접 만나 ‘결단’을 요구했고, 김한길 원내대표 등 지도부도 청와대·총리실 쪽과 수시로 접촉하며 사퇴 요구 여론을 끊임없이 전달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당내에는 지도부가 왜 사퇴를 더 강하게 종용하지 않느냐는 불만도 있었지만, 당·청 관계를 고려할 때 조용하게 처리하는 게 낫다”며 “결과도 당이 원하는 방향으로 됐다”고 말했다.
민병두 홍보기획위원장은 “교육위 청문회로 김 부총리의 명예도 어느 정도 회복됐고, 대통령도 부담을 덜게 됐으며, 당도 일정한 역량을 발휘했으니 모두 ‘윈-윈’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이것으로 ‘끝’이 아닌 게 문제다. 무엇보다 당·청 관계를 놓고 “이제부터가 더 걱정”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청와대의 고유 권한으로 치부돼 온 ‘인사권’에 당이 개입한 형국인 탓에, 당·청 사이 ‘감정의 골’이 더 깊어졌다는 점을 부담으로 느끼고 있다. 당내 친노직계 의원들은 “마녀사냥식 여론재판으로 대통령 측근 인사를 흔들어댄 것”이라는 불만을 감추지 않고 있다.
당 일각에선, 그동안 당·청이 국정운영의 공동 파트너라는 인식 아래 가급적 보폭을 맞춰왔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제각각’의 움직임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권력’으로서 집권 종반기에 국정과제를 잘 마무리하려는 청와대와 ‘미래 권력’ 창출이 숙제인 여당은 처지가 근본적으로 달라, 양쪽의 거리는 점점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론, 당·청이 당장 ‘날’을 세워 대립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 많다. 가뜩이나 여권 전체의 힘이 떨어진 상황이어서, ‘체력 보강’이 먼저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것이다. 이해관계가 다른 현안을 해결하는 과정도 공개적인 힘겨루기보다는 물밑 조율 방식이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청 관계는 조만간 법무부 장관 임명을 놓고 다시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여당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는 민심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며 “당이 우려하는 ‘문재인 카드’를 꺼내 당·청 관계를 벼랑으로 몰고가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근태 의장도 이날 저녁 기자들과 만나 “개인적으로는 문 전 수석이 가장 적합하고 훌륭한 인물이라고 보지만 국민들은 그렇게 보지는 않는 것 같다”며 부정적인 뜻을 밝혔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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