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경제위 최종의견 “연내 없애자”…의원들 견해 분분
김근태 “폐지”-천정배 “유지”…대선후보 경쟁 맞물려
김근태 “폐지”-천정배 “유지”…대선후보 경쟁 맞물려
출자총액제한제도(출총제) 폐지를 둘러싼 열린우리당의 분분한 의견이 당내 논쟁으로 비화할 조짐이다. 김근태 의장과 서민경제회복위원회가 지난 29일 ‘출총제 연내 폐지’를 최종 의견으로 제시했으나, 김한길 원내대표조차 선뜻 동의하기를 주저하고 있다.
먼저, 굳이 출총제를 폐지할 필요가 있느냐는 회의론이 적지 않다. 김 원내대표는 30일 기자간담회에서 “출총제를 폐지하려면 의원총회를 열어 당론을 변경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직 당론이 폐지 쪽으로 가닥잡힌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출총제를 다루는 상임위인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의견도 엇갈린다. 간사인 신학용 의원과 김혁규 의원 등은 출총제 폐지를 두 손을 들어 반기고 있으나, 천정배·김현미 의원 등은 “대안없는 폐지는 곤란하다”는 의견을 밝히고 있다. 김현미 의원은 “지배와 소유구조의 괴리, 순환출자 문제가 해소되기 전에 출총제를 폐지하는 것에 반대한다”며 “출총제 탓에 재벌의 투자가 위축된다는 논리는 아귀가 맞지 않는 얘기”라고 말했다.
유선호·지병문·이원영 의원 등은 “대안이 확실하다면 폐지를 고려할 수 있다”는 중도적 견해다.
이 문제는 당내 대선후보 경쟁구도와도 무관하지 않다. 김근태 의장이 출총제 폐지를 앞장서 주장하는 판에, 당내 잠재적 대선주자로 분류되는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이 상반된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두 사람 사이에 미묘한 긴장관계가 형성될 수 있는 대목인 셈이다. 기업 지배구조 문제에 천착해온 천 장관은 최근 참여연대, 경실련 등 시민단체들과 간담회를 열어 출총제 문제를 밀도있게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출총제 폐지 이후의 대안을 놓고도 당내 의견이 분분하다. 서민경제회복위원회에서 출총제 폐지론을 주도한 채수찬 의원은 ‘신규 순환출자 금지 및 기존 순환출자분 의결권의 단계적 규제론’을 주장한다. 재벌의 새로운 순환출자는 전면 금지하되, 재벌의 기존 순환출자분에 대해선 10년 동안 단계적으로 의결권을 없애자는 의견이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30일 펴낸 공정거래법 연구용역보고서(책임연구자 문인철)에서 “대안이 있다면 출총제 폐지도 고려할 수 있다”면서도, 출총제의 단순화를 제안했다. 출총제의 예외규정이 지나치게 많아 실효성이 적은 만큼, 출총제를 대폭 완화하되 예외규정은 모두 없애자는 의견이다. 보고서는 ‘자산규모 6조원 이상, 순자산의 25%로 제한’하는 현재의 규정 대신, ‘5조원 이상, 40%로 제한’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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