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3당 ‘제갈길’ 가나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국회 인준을 둘러싼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대치국면에서 4개항의 중재안을 내놓고 ‘캐스팅 보트’를 행사해온 민주·민주노동·국민중심당 등 야3당의 발길이 엇갈리고 있다.
민주당과 국민중심당은 ‘합의 처리’를 강조하며 한나라당의 참여없는 인준에 응하지 않겠다는 기류인 반면, 민주노동당은 중재 실패의 책임을 한나라당에 돌리며 표결처리에 참여할 태세다.
민주노동당, ‘한나라당만 바라볼 수 없다’=민주노동당은 지난 19일 전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가 세 번째 무산된 것을 계기로 눈에 띄게 한나라당에 단호해졌다. 20일엔 청와대가 야3당의 요구를 받아들여 절차적 보완 조처를 밟겠다고 하자 더욱 자신감을 얻은 분위기다.
청와대가 전 후보자 인사청문 요구서를 다시 제출하고 국회 법사위에서 일정한 절차를 거치면 전 후보자 인준을 둘러싼 ‘절차 시비’는 해결된다는 게 민주노동당의 시각이다. 법사위원장인 안상수 한나라당 의원이 인사청문회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국회의장이 본회의에 직권상정하더라도 동참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긴다는 것이다.
권영길 의원단대표는 “안상수 위원장이 (인사청문회 안건을) 처리하지 않고 막으면 그 때는 다른 방법이 없다”며 “헌재소장 공백상태를 오래 끌고 갈 수는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민주노동당이 이처럼 단호한 의지를 내비치는 데는, 그동안 민주·국민중심당과 함께 해온 ‘야3당 공조’ 체제가 되레 민주노동당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 관계자는 “‘전효숙 사태’가 길어지면서 명분도 실리도 제대로 얻는 것이 없다는 고민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야3당 공조를 깨는 한이 있더라도 ‘절차상의 잘못과 인물에 대한 찬반은 별개’라는 원칙을 고수하면서 제 갈길을 가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 ‘전 후보자는 안되겠다’=민주당은 ‘반 전효숙’ 기류가 강경해지는 분위기다. 이낙연 의원은 “전 후보자 본인이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이 당 내부에서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온건론자인 김효석 원내대표의 당내 입지는 더욱 좁아지는 형국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의원은 “민주당이 합의 처리를 강조하는 것은 사실상 전 후보자를 자진사퇴시키자는 흐름”이라며 “민주당으로선 돌아설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강경한 흐름은 애초 문제를 제기했던 조순형 의원이 주도하고 있으며, 한화갑 대표도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지만 민주당으로선 고민이 없을 수 없다. 민주노동당이 여당의 표결처리에 응하고 민주당이 반대할 경우 결과적으로 ‘한나라당 2중대’내지 ‘한-민 공조’라는 딱지가 붙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김효석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이 무작정 중재안을 거부하는데 대한 대응도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현재로선 한나라당의 거부로 야3당의 중재 시도가 실패했고, 그렇다면 야3당도 각자 제갈길을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임석규 황준범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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