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싸움 “이제부터”

신당론자, 특위 구성-비대위 주도 갈리고
친노직계, 신당 성토속 “조기 전대서 풀자”

“이제 진짜 싸움이 시작됐다. 당의 간판 정도만을 바꾸는 리모델링을 할 것이냐, 아니면 완전히 새로운 통합신당을 추진할 것이냐의 공방이 본격화할 것이다.”

열린우리당 비상대책위원회의 한 의원은 29일 당 개편을 둘러싼 무성한 논의의 본질을 이렇게 규정했다. 복잡한 얘기들이 나오고 있지만 핵심은 당을 깨고 새로운 집을 짓느냐, 아니면 당의 골조를 유지한 채 개보수만 하느냐의 대립이라는 얘기다. 논쟁의 밑바닥엔 노무현 대통령과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할 것인지에 대한 시각차가 놓여 있다.

김근태 의장은 이날 오후 고위당직자회의와 비상대책위원회를 잇따라 열어 여러 정파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 논란은 다음달 2일 의원총회 이후에나 가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통합신당을 위한 특별기구 만들자 = 천정배 의원은 29일 기자회견에서 신당 추진을 위한 특별기구 구성을 제안했다. 별도의 특위를 꾸려 열린우리당 창당의 공과와 신당의 노선, 정책 및 창당의 절차와 방법을 논의하자는 주장이다.

김근태 의장을 비롯한 당내 다수는 천 의원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는 분위기다. 이목희 당 전략기획위원장은 “특위 설치 방안이 당 다수의 견해”라고 전했다. 중도 성향 의원모임 ‘국민의 길’ 대표인 전병헌 의원도 “강력한 권한을 지닌 현재의 지도부가 특별기구를 만들어 대외 협상을 주도해야 한다”며 “의원 30여명의 동의를 얻었다”고 말했다.

다만, 정동영 전 의장을 중심으로 한 그룹은 통합신당론의 큰 줄기에는 공감하면서도 별도의 특위를 구성하기보다는 기왕에 강력한 권한을 쥐고 있는 비대위에서 창당 논의를 주도하도록 하자는 구상을 꺼내고 있다.

전당대회에서 열어놓고 논의하자 = 노무현 대통령과 정치적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이른바 ‘친노 직계’는 신당 추진을 위한 특위 구성론을 ‘열린우리당의 와해와 해산을 전제로 한 접근법’이라고 규정하며 강력히 성토했다. 당을 추슬러서 잘해 볼 생각은 하지 않고 깰 생각에만 골몰한다는 비판이다. 이화영 의원은 천정배 의원의 특위 제안에 “혼란스러운 국면에서 대선 주자로서 한번 떠보려고 하는 자기중심적 사고”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친노 직계’는 당 재정비를 위한 방편으로 초선의원 모임인 ‘처음처럼’이 주장한 ‘조기 전당대회론’을 거들고 나섰다. 이화영 의원은 “내년 2월로 잡힌 전당대회를 앞당겨 열고 거기에서 당원들의 총의를 모아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게 옳다”며 “만약 전당대회 과정에서 신당 창당으로 가닥이 잡히면 동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신당을 창당하든, 열린우리당을 강화하든 전당대회를 열어서 논의하자는 것이다.

임석규 이태희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