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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여, 의지없는 진입…포기…10분만에 퇴장

등록 2006-11-15 21:16수정 2006-11-16 08:57

한 “이렇게 마음 편한 점거는 처음”…우 “민심 바닥인데 어찌 해보겠나”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 처리 문제를 놓고 여야는 15일 지루한 하루를 보냈다. 임명동의안 상정을 원천 봉쇄하고자 14일 오후 6시부터 국회 본회의장 단상을 점거한 한나라당에게는 더욱 긴 하루였다.

오전 9시30분=한나라당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의원총회를 열었다. 단상에는 ‘헌법파괴 전효숙! 헌재소장 원천무효!’라는 대형 펼침막이 내걸렸고, 의장석 뒷벽에는 ‘헌법수호’라고 적힌 종이가 붙었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단상에 늘어선 60여명의 의원들을 향해 “여러분이 자랑스럽습니다. 그 모습이 지역구민들로부터 환영받는 일입니다.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이 문제에 임해주십시오”라고 당부했다.

오전 10시=긴급 소집령을 받고 모여든 한나라당 소속 보좌진 100여명이 본회의장 앞에 진을 쳤다. 한나라당 의원들과 보좌진은 대치 상황을 담소나 독서로 보냈다. 본회의장 단상에 있던 의원들은 “여성 의원들은 오늘 치마 입고 와야 되는 것 아니냐” 등 농담을 주고받았다. 때때로 박장대소가 터져나왔다.

오전 10시~낮 12시=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민주당, 민주노동당, 국민중심당의 원내대표들이 본회의장 밖에서 세차례 이상 회담을 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부동산 실패까지 겹쳐서 국민들이 모두 정부·여당을 싫어한다. 여당은 절대 강행처리 못한다. 이렇게 마음 편하게 단상을 점거하기는 처음”이라며 여유를 보였다. 하지만 이영순 민주노동당 공보부대표는 “대병을 거느린 장수가, 겨뤄보지도 않고 성 안으로 들어가서 문을 걸어잠그는 것은 옹졸한 전술”이라고 비판했다.

오후 1시=한나라당 보좌진들이 본회의장 중앙 출입문 앞에 육법전서들을 쌓아놓고, ‘헌법’이라고 쓴 에이포(A4) 용지들을 바닥에 깔았다. 손에는 ‘헌법을 즈려밟고 가시옵소서’라는 손팻말을 들었다. 한 보좌관은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에 들어갈 때 밟고 지나가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한나라당 보좌관들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대단히 세련된 아이디어”라고 추켜세웠다.

오후 2시=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이 전효숙 임명동의안을 이날 강행처리하지 않을 것 같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본회의장 단상의 한나라당 의원 숫자는 20여명으로 줄었다. 본회의장 앞의 보좌관들도 잠시 전열이 흐트러졌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은 “전효숙 임명동의안을 오늘 처리하지 않겠다”고 확답하지 않았다. 한나라당은 계속 본회의장을 지켰다.

오후 5시45분=열린우리당 의원 50여명이 본회의장으로 들어가 한나라당 의원들과 싱거운 말싸움을 벌이다 10여분 만에 퇴장했다.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은 “우리 지지율이 바닥이고 부동산 문제로 민심도 나빠질대로 나빠진 상황인데, 우리가 뭘 어떻게 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한나라당 의원의 보좌관들은 “장기전으로 할테면 해보라지 뭐”라며 씩씩댔다.


황준범 조혜정 기자 jaybee@hani.co.kr



(맨 위)김형오 한나라당 원내대표(왼쪽)가 15일 오전 국회에서 야3당 원내대표와 만나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인준 표결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다. (가운데)김한길 열린우리당 원내대표가 이날 오전 국회에서 한나라당을 뺀 야3당 원내대표와 만나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지명자에 대한 인준 표결에 협조해줄 것을 당부하기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아래) 전효숙 헌재소장 임명동의안 문제로 국회 본회의장에서 농성중인 김충환, 박종근, 주호영 의원(왼쪽부터) 등 한나라당 의원들이 15일 본회의장 출입문 안쪽 창문너머로, 한나라당 보좌진들이 출입문 밖에서 펼치는 행위극을 지켜보는 모습이 유리창에 비치고 있다.  이종찬 선임기자, 김종수 기자  <A href="mailto:rhee@hani.co.kr">rhee@hani.co.kr</A>
(맨 위)김형오 한나라당 원내대표(왼쪽)가 15일 오전 국회에서 야3당 원내대표와 만나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인준 표결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다. (가운데)김한길 열린우리당 원내대표가 이날 오전 국회에서 한나라당을 뺀 야3당 원내대표와 만나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지명자에 대한 인준 표결에 협조해줄 것을 당부하기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아래) 전효숙 헌재소장 임명동의안 문제로 국회 본회의장에서 농성중인 김충환, 박종근, 주호영 의원(왼쪽부터) 등 한나라당 의원들이 15일 본회의장 출입문 안쪽 창문너머로, 한나라당 보좌진들이 출입문 밖에서 펼치는 행위극을 지켜보는 모습이 유리창에 비치고 있다. 이종찬 선임기자, 김종수 기자 r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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