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오랜 측근인 강금원, 안희정, 이기명(왼쪽부터)씨가 노 대통령 당선 4돌을 기념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빌딩에서 열린 ‘참여포럼’ 주최 강연회에 나란히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종찬 선임기자 rhee@hani.co.kr
더 늦기전에… ‘반한나라’ 파고들자
지금 해봐야… ‘막판역전’ 다시한번
지금 해봐야… ‘막판역전’ 다시한번
열린우리당 진로를 둘러싼 지루한 논란과 갈등의 이면엔 17대 대선 승리 전략에 대한 인식 차가 깔려 있다. 재집권이라는 목표는 같지만, 그 방법과 절차에 대한 시각이 확연히 다른 것이다. 통합신당파는 한나라당에 반대하는 연합군을 편성해 서둘러 ‘반 한나라 전선’을 치지 않으면 파죽지세인 한나라당 기세에 밀려 손써볼 겨를도 없이 대세를 상실할 것이라고 판단한다. 반면, 중도파나 재창당파, 사수파 쪽은 정계개편을 서둘러봤자 별다른 위력을 떨칠 수 없으며, 내년엔 판도를 뒤바꿀 수 있는 여러 변수가 생길 것이므로 급할 게 없다는 논리를 편다. 중도파에 속하는 조정식 의원은 “앞으로 3차례의 큰 변동이 있을 것”이라며 내년 6월과 9월, 11월을 대선 판도의 변곡점으로 꼽았다. 내년 6월 한나라당 후보 결정을 지켜보고 9월께 여권 후보를 뽑은 뒤, 11월께 ‘디제이피(DJP) 연대’나 ‘노무현-정몽준 단일화’와 유사한 선거연합을 모색하겠다는 계산이 엿보인다. 이들은 이런 판단에 따라 내년 정치일정을 조금 여유있게 잡고 있다. 여기엔 최악의 지지율로 정계개편을 서둘러봤자 기껏 고건 전 총리와 민주당을 아우르는 수준에 그칠 것이며, 이는 별다른 반향을 일으키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이들은 대체로 1997년과 2002년 두 차례의 대선 승리 경험의 연장선에서 논리를 끌어온다. 대선 속성상 내년 선거에서도 여러 정치세력간 이합집산과 합종연횡에 따른 선거연합 구도가 재연될 것이며, 서두르지 않고 재기를 모색하면 충분한 승산이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통합신당파는 “지난 두 차례의 대선과 지금의 상황에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고 반박한다. 전병헌 의원은 “1997년과 2002년엔 20%가 넘는 확고한 지지층이 세력 결집의 구심체 구실을 해줬지만 지금 여권은 이걸 잃어버렸다”며 “9월에 후보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는 건 순진한 생각”이라고 말했다.
재집권 전략에 대한 열린우리당 각 세력의 시각차
아무리 내용이 좋아도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주체로 나서는 순간 무조건 거부하려는 분위기가 만연한 상황에서, 체제를 정비한다고 지지세를 회복하기란 어렵다는 것이다. 한자릿수 지지율로 곤두박질친 열린우리당이란 틀을 해체하지 않고선 백약이 무효라는 인식이다. 두차례 대선 기획에 참여했던 한 재선 의원은 “열린우리당은 전국적으로 고르게 지지를 잃었다. 이 당의 틀을 유지한 채 지지를 회복할 수 없다는 건 명백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2월에 통합신당 추진 결론을 내지 못하면 3·4월도 통합을 둘러싼 논란으로 흘려보내게 되고, 5·6월 한나라당 후보 경선에 돌입한 이후엔 여권은 속수무책의 상황에 빠져들 것이라고 염려한다. 늦어도 3·4월까지는 열린우리당을 탈피한 새로운 틀을 제시해, 한나라당에 맞서 싸울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해야만 여권의 대선 후보 선출이 국민 관심을 끌 수 있다는 것이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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