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중 의원
‘사수파’ 윤호중 의원 만나보니
“지역주의 겨우 벗어났지만
새로운 가치 찾아내지 못해
못찾으면 이대로 망할수도”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의 ‘386’은 요즘 욕받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나라를 망쳐먹었다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에는 모두 35명의 60년대생이 있다. 2·14 전당대회 준비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윤호중 의원(44·경기 구리시)도 그 중 하나다. 그는 서울대 철학과 ‘81학번’으로 인문대학보 ‘지양’ 편집장을 지낸 운동권 출신이다. 1년6개월 감옥살이도 했다. 1987년 평민당에서 일찌감치 정치를 시작했다. 세상을 바꿔보기 위해서였다. 운동권 경력으로 평생 먹고 살려는 일부 ‘386’들과는 좀 다른 사람이다. 5일 그를 찾아간 것은 정계개편 논쟁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그 가운데서 ‘386’ 정치인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서였다. 그는 이광재 의원이 주도하는 의정연구회 몫으로 전대준비위에 들어갔다. 이른바 ‘사수파’인 셈이다. 윤 의원은 “전당대회 준비위원회 안에서 전당대회 의제와 일정을 합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수파에서도 “정계개편은 필요하다”고 동의하고 있으며, 실제로 통합신당 출범과 후보 경선 일정을 따져 보면, 신당파, 중도파, 사수파의 생각에 별로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새 당의장도 합의 추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이 더이상 당내 논쟁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럴 필요가 없다고 했다. 뭔가 청와대쪽 기류를 읽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그의 말에는 힘이 없었다. “문제는 그게 아니라, 위기감이 실종된 것 아니냐”고 물었다. “그렇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대로 가면 질서있게 망하는 것 아니냐”는 말에, 눈을 내리깔고 “그럴 수도 있겠다”고 대답했다. 윤 의원은 열린우리당의 실패를 인정했다. 그는 실패의 원인을 “지역주의의 영향에서 겨우 벗어났지만, 다른 중심적 가치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권자들에게 표를 달라고 할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2월 전당대회까지는 내부 동요를 막아야 하고, 명분은 그 뒤에야 찾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연 그런 식으로 정계개편을 할 수 있을까? “현실은 엄혹한데 너무 안이하게 판단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그는 잠시 생각한 뒤, “내가 봐도 그런 면이 좀 있다”고 말했다. 한 번 더 독하게 물어 보았다. “노무현 정권은 이른바 진보·개혁 세력이 20년 동안 쌓은 성과를 한 입에 말아 먹고 있다는 비판이 있더라”고 시중의 여론을 전했다. 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우리는 논쟁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반드시 찾아낼 것”이라며 “찾아내면 성공하는 것이고, 찾지 못하면 실패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결국, 위기의 한복판에서 치열하게 고민을 하고 있지만, 아직 해답을 찾지는 못했다는 얘기였다. 답답했다. 욕먹는 ‘386 정치인’의 업보를 나눠지고 있는 탓일까? 그의 표정은 매우 피곤해 보였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새로운 가치 찾아내지 못해
못찾으면 이대로 망할수도”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의 ‘386’은 요즘 욕받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나라를 망쳐먹었다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에는 모두 35명의 60년대생이 있다. 2·14 전당대회 준비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윤호중 의원(44·경기 구리시)도 그 중 하나다. 그는 서울대 철학과 ‘81학번’으로 인문대학보 ‘지양’ 편집장을 지낸 운동권 출신이다. 1년6개월 감옥살이도 했다. 1987년 평민당에서 일찌감치 정치를 시작했다. 세상을 바꿔보기 위해서였다. 운동권 경력으로 평생 먹고 살려는 일부 ‘386’들과는 좀 다른 사람이다. 5일 그를 찾아간 것은 정계개편 논쟁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그 가운데서 ‘386’ 정치인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서였다. 그는 이광재 의원이 주도하는 의정연구회 몫으로 전대준비위에 들어갔다. 이른바 ‘사수파’인 셈이다. 윤 의원은 “전당대회 준비위원회 안에서 전당대회 의제와 일정을 합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수파에서도 “정계개편은 필요하다”고 동의하고 있으며, 실제로 통합신당 출범과 후보 경선 일정을 따져 보면, 신당파, 중도파, 사수파의 생각에 별로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새 당의장도 합의 추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이 더이상 당내 논쟁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럴 필요가 없다고 했다. 뭔가 청와대쪽 기류를 읽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그의 말에는 힘이 없었다. “문제는 그게 아니라, 위기감이 실종된 것 아니냐”고 물었다. “그렇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대로 가면 질서있게 망하는 것 아니냐”는 말에, 눈을 내리깔고 “그럴 수도 있겠다”고 대답했다. 윤 의원은 열린우리당의 실패를 인정했다. 그는 실패의 원인을 “지역주의의 영향에서 겨우 벗어났지만, 다른 중심적 가치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권자들에게 표를 달라고 할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2월 전당대회까지는 내부 동요를 막아야 하고, 명분은 그 뒤에야 찾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연 그런 식으로 정계개편을 할 수 있을까? “현실은 엄혹한데 너무 안이하게 판단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그는 잠시 생각한 뒤, “내가 봐도 그런 면이 좀 있다”고 말했다. 한 번 더 독하게 물어 보았다. “노무현 정권은 이른바 진보·개혁 세력이 20년 동안 쌓은 성과를 한 입에 말아 먹고 있다는 비판이 있더라”고 시중의 여론을 전했다. 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우리는 논쟁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반드시 찾아낼 것”이라며 “찾아내면 성공하는 것이고, 찾지 못하면 실패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결국, 위기의 한복판에서 치열하게 고민을 하고 있지만, 아직 해답을 찾지는 못했다는 얘기였다. 답답했다. 욕먹는 ‘386 정치인’의 업보를 나눠지고 있는 탓일까? 그의 표정은 매우 피곤해 보였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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