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탈당 먼저” 조건부 지지 수위 높여

[개헌 후속회견] 정가반응

노무현 대통령이 11일 개헌을 전제로 탈당도 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지만, 대통령의 즉각 탈당과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요구해왔던 민주당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상열 민주당 대변인은 대통령의 기자간담회에 앞서, 당 간부회의 결과를 전하면서 “대통령이 탈당하고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하면 개헌 제안에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은 각 정파가 포함된 거국중립내각에서 개헌 논의를 다뤄야 한다”는 전날 논평에서 ‘조건부 지지’의 수위를 높인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개헌 제안의 진정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이 먼저 당적을 이탈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대변인은 대통령의 기자간담회 뒤 논평을 내어 “대통령은 ‘야당이 개헌의 전제 조건으로 요구하면 탈당을 고려해볼 수도 있다’는 취지로 말했는데, 이 발언은 ‘현재 상황에서는 탈당하지 않겠다’는 의사로 받아들여진다”며 “대통령이 먼저 개헌을 제안한 만큼 야당의 개헌 찬성을 전제 조건으로 걸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먼저 탈당해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통령이 먼저 탈당하지 않으면 개헌 논의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민주당이 청와대 초청도 거부하며 대통령 탈당과 중립내각 구성을 거듭 요구하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지도부의 정치력 부재를 우려하는 소리도 당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핵심 당직자는 “이번 청와대 오찬에 참석해서 대통령 탈당을 촉구하고 한나라당도 비판했어야 했다. 당 지도부가 원내 3당으로서의 입지도 찾고 정치력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고 말했다.김태규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