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왼쪽)이 11일 낮 청와대에서 연 열린우리당 지도부와의 오찬 모임에 앞서 김근태 당의장과 함께 오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장철규 기자chang21@hani.co.kr
[개헌 후속회견] 정가 반응
“개헌 안하면 손해” 김의장 의지 표현…신당 탄력 전망도
열린우리당은 공식적으로는 노무현 대통령의 개헌 제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태도다. 특히 통합신당파는 노 대통령의 ‘탈당 검토’ 언급에 대해 ‘모양새 좋은 합의이혼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도 나타내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개헌 논의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처지다. 집권여당이라는 지위와 개헌에 대한 그동안의 일관된 지지 태도 때문이다. 더구나 노 대통령이 국민들을 상대로 직접 설득에 나선 터다. 김근태 의장은 11일 청와대 오찬에서 “당장 안 하면 국민도, 정치도 손해보는 일”이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은 당내에 개헌 추진기구를 만들고, 당 두뇌집단인 열린정책연구원이 시민단체, 학계 등과 지속적으로 개헌 관련 간담회를 열기로 했다. 한나라당과 소수 야당들의 반대, 우호적이지 않은 국민 여론이 큰 부담이지만, 일단 공론화를 시도해보겠다는 뜻이다. 중도파 모임인 ‘처음처럼’도 12일 개헌 논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당 한편에서는 노 대통령이 탈당 가능성을 내비침에 따라 대통령과의 껄끄러운 관계에 ‘숨통’이 트이고, 이에 따라 통합신당 추진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중도파의 한 의원은 “대통령이 개헌이라는 큰 화두를 내놓고 탈당이라는 카드를 남겨 뒀다. 당이 개헌 논의를 적극적으로 뒷받침해 나가다 보면, 노 대통령과의 관계도 자연스럽게 정리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전병헌 의원은 “이번 기회에 탈당 카드를 효과적으로 사용할 필요가 있다. 개헌은 개헌대로, 통합은 통합대로 추진하면 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도 이날 그동안의 당·청 회동에서와 달리 상당히 ‘유연’한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노 대통령은 전당대회와 관련해 “그 문제는 당이 알아서 결정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회동에 참석한 통합신당파의 한 중진 의원은 “노 대통령이 신당까지는 아니더라도 통합 결의 정도는 받아들일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내에는 개헌 정국이 통합신당 추진의 불씨를 사그라뜨리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마뜩지 않아 하는 분위기도 여전하다. 천정배·이상민·최재천 등 몇몇 의원들은 개헌 추진에 사실상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다. 통합 추진을 놓고 복잡다기한 양상을 보이는 당내 세력들이 ‘개헌 전선’으로 단일하게 대오를 집결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것으로 보인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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