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하얼빈 찾아 새각오
사람들 만나며 신당 밑그림
사람들 만나며 신당 밑그림
천정배·최재천·이계안 각계 인사 만나 의견청취…“경찰서장 쌀쌀해져” 변화도
천정배 의원은 지난달 말, 2박3일 일정으로 지리산에 다녀왔다. 경남 산청에도 들러 조선의 비판적 유학자인 남명 조식의 정신을 기렸다고 한다. 임종인 의원은 지난 1일 중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하얼빈에서 항일 독립투사들의 발자취를 더듬으며 각오를 다지겠다는 것이다.
‘여행’은 일종의 씻김굿이다. 여당 울타리를 뛰쳐 나가 빈 들판에 선 탈당파 의원들에게는 더욱 그런 것 같다.
이들의 발걸음도 바빠졌다. 기댈 언덕이 없는 처지에선 좀더 긴장감 있게 하루를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천정배·최재천·이계안 의원은 하루가 멀다 하고 만난다. 노선과 주요 정책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는 중인데, 아직은 스케치 단계다. 천 의원은 시민사회단체, 이 의원은 경제계, 최 의원은 법조계 등 역할도 나눠 맡았다.
이들은 ‘개혁 신당파’라는 큰 틀로 묶였지만, ‘느슨한 연대체’를 강조한다. 각자 처지가 다른데다, 정계개편 과정에서 주도권을 쥐려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서다.
특히 천 의원은 신분이 자유로워졌지만 ‘창당 주역’ ‘대선 주자’라는 꼬리표가 따라붙는 게 딜레마다. 천 의원의 한 보좌관은 “탈당한 뒤에 정치권 바깥의 사람들을 만나는 게 더 자유로워졌지만, 주도적으로 나서면 안되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이계안 의원은 재계 인사들을 광범위하게 만나고 있다. 이 의원은 “양심적이고 건전한 산업화 세력과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재천 의원은 법조계·시민단체 쪽과 활발하게 접촉하고 있다. 연결 고리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담배 유해성 경고 강화 법안 등 ‘정책’이다.
임종인 의원은 열린우리당에 있을 때처럼 당을 나온 뒤에도 ‘독자 행보’를 하고 있다. 천정배 그룹에 직접 몸을 담기보다는 사안별로 연대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노동당에는 “안 간다”고 말했다. 호남 지역에 머물던 염동연 의원은 2일 국회로 출근해 열린우리당 탈당파 의원들과의 본격적인 접촉에 나섰다.
열린우리당에서는 이들을 향해 ‘독수리 5형제냐’라는 얘기가 나온다. 그러나 이들은 “탈당 뒤 오히려 열린우리당 의원들과의 관계가 더 좋아졌다”고 주장했다. ‘적지’로 떠난 게 아니라, 대통합 과정에서 협력해야 할 사이라는 인식 때문이라는 것이다. 최재천 의원은 “당에 있을 때보다 의원들을 더 자주 만난다. 인기가 좋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여당 울타리를 벗어난 변화는 사소한 데서 느껴진다. 홈페이지와 명함에서 열린우리당 이름과 로고를 뺐다. 당비 납부도 끊었다. 지역 행사 때 참석 의원들 소개 순서에서는 맨 뒤로 밀렸다고 한다. 한 의원은 “관할 경찰서장이 쌀쌀 맞게 대하더라. 임명직 공무원들이 대하는 태도가 확 바뀌는 것을 보고 여당 의원 ‘프리미엄’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jieuny@hani.co.kr이지은 김태규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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