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신당 성공의 조건은…
“외부인사 창당 주도 또는 대등한 참여 필요”
개혁·중도보수 어정쩡…‘노’와 차별화 그칠듯
“독자 대선 후보 내세워야 잔류세력 흡수가능” 김한길 전 원내대표 등이 주도하는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집단 탈당이 6일 결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과 별개로 천정배 의원 등이 ‘개혁성 강화’를 외치며 이미 탈당했다. 양쪽은 모두 “열린우리당으론 안된다”며 통합신당을 구상한다. 그러나 앞날은 매우 불투명하다. 이들이 구상하는 통합신당은 어떤 조건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외부 세력과의 연대=‘새로운 피’를 얼마나 수혈받느냐는 과거에도 신당 창당 때마다 성패를 가늠하는 기본 조건이었다. 지금도 탈당파들은 “시민·사회 단체와 접촉해 유능하고 참신한 새 인물을 참여시키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들이 말하는 시민·사회 단체의 실체는 아직 뚜렷하지 않다. 이미 독자적 정치세력화에 나선 ‘창조한국 미래구상’(가칭)의 이름이 나오는 정도다. 탈당파가 외부 세력과 힘을 합치려면, 창당의 주도권을 외부 세력에 넘겨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신당이 열린우리당을 뿌리로 하는 모습을 보여선 성공할 수 없다는 논리에서다. 천정배 의원실의 한 보좌관은 “신당은 외부 인사들이 주도하거나 적어도 정치권과 외부 인사들이 대등한 위치에서 함께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별화는 어떻게?=신당의 정체성은 성공 여부를 좌우하는 주요 조건이다. 신당이 노무현 대통령이나 열린우리당과 다른 점을 어떻게 보여주느냐, 즉 차별화를 어떻게 하느냐가 관건이다. 그러나 탈당파 사이엔 정체성을 둘러싼 이견이 있다. 이미 탈당한 천정배 의원 그룹은 개혁 노선을 강조한다. 반면, 김한길 의원 중심의 집단 탈당파는 아직 내부 정리가 되지 않았다. 이름을 공개하지 말라고 한 집단 탈당파의 한 재선 의원은 “새 교섭단체는 중도개혁으로 가야 하는데 내부에 관료 출신들이 많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집단 탈당을 주도하고 있는 김한길·강봉균 의원은 지난달까지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을 지냈다. 현 정권과 정책의 차별화를 꾀하기가 쉽지 않은 처지다. 결국 신당은 정책보다는 노 대통령과의 거리두기에 치우칠 가능성이 큰데, 국민들에게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진 불투명하다. 대선주자 띄울 수 있을까?=당장 신당의 얼굴로 누구를 내세울지도 문제다. 집단 탈당파 내부에선 새 교섭단체의 대표로 김한길·강봉균 의원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고위당직자 출신이어서는 곤란하다는 문제제기도 내부에서 만만하지 않다고 한다. 12월 대선을 바라본다면, 대선 후보로 누구를 내세울 수 있느냐가 신당 성공의 결정타가 될 것이라는 데 별 이견이 없다. 열린우리당 잔류세력들의 흡수 여부도 결국 여기서 결판날 가능성이 높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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