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한 3가지 창당 시나리오
열린우리당, 통합신당 모임, 민주당의 목표는 12월 대선까지 한나라당에 맞설 단일후보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따라서 정계개편이 불가피하다. 정계개편은 △탈당 등 분화 △통합신당 창당 △후보 단일화의 세 단계를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 분화는 이미 시작됐다. 앞으로는 통합신당 창당이 관심사다. 설연휴를 맞아 여권 ‘전략통’들의 생각을 들어 종합해 보았다. 세 가지 방안이 가능하다고 했다. 가장 쉬운 것은 ‘당 대 당 통합’, 즉 합당이다. 정치세력을 하나로 묶어 시너지 효과를 노리는 방안이다. 1990년 민정당-통일민주당-신민주공화당이 3당합당을 했다. 민자당은 이를 기반으로 1992년 대선에서 승리했다. 김대중의 신민당과 이기택의 ‘꼬마 민주당’이 합친 ‘야권통합’도 합당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 단순합당으로는 ‘감동’이 없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을 탈당해도 사정은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 열린우리당에서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방안은 ‘외부세력 중심 신당’이다. 2000년 총선을 앞두고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새천년민주당을 창당할 때 사용했던 방법이다. 새천년민주당은 외부의 새로운 인사들을 중심에 세우고 국민회의 의원들도 참여시키는 모양새를 갖췄다. 2000년 1월20일 오전 국민회의는 전당대회를 열어 새천년민주당과 합당을 결의했고, 오후에는 새천년민주당 창당 전당대회가 열렸다. 새천년민주당은 김대중 총재, 서영훈 대표 체제로 출범했다. 이 방안의 장점은 외부세력 중심을 표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례대표 의원들도 의원직을 유지하게 된다. 하지만 지금 이런 방안을 적용하기에는 어려움이 너무 많다. 우선 신당창당을 기획하고 집행할 수 있는 정치 지도자가 없다. 특히 대선후보가 없다. ‘신당 효과’가 얼마나 될지도 의문이다. 국민들이 ‘도로 열린우리당’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크다. 2000년에도 국민들은 새천년민주당을 ‘김대중당’으로 받아들였다. 새천년민주당은 총선에서 115석으로 원내2당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통합신당 모임에서는 ‘헤쳐모여식 신당’ 창당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 외부에서 새로운 정치세력이 신당을 창당하면, 의원들은 각자의 판단에 따라 기존 정당을 탈당해 신당의 ‘기치’ 아래 다시 모이자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에 대한 거부감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1984년 신민당 사례가 이와 비슷하다. 당시 김영삼-김대중씨는 신민당을 창당해 이민우씨를 총재로 앉혔다. 신당에는 기존 정치인들이 헤쳐모여식으로 참여했고, 2·12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이 방안도 지금 당장 적용하기에는 치명적인 약점들이 있다. 첫째는, 신당을 창당할 수 있는 정도의 정치적 힘을 가진 ‘외부세력’이 과연 존재하느냐다. 둘째는, 비례대표 의원들이 신당에 참여하려면 의원직을 내놓아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열린우리당에는 무려 23명, 민주당에도 4명의 비례대표 의원들이 있다. 통합신당은 출현할 수 있을까?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저런 복잡한 사정 때문에 상당한 시간과 진통을 겪게 될 것 같다.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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