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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손학규탈당] “낡은 수구·무능 좌파 깨고 새 길로”

등록 2007-03-19 18:46수정 2007-03-19 22:50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19일 오후 서울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탈당 기자회견 도중 전날 한 신부가 일러주었다는 ‘잠언 16장 3절’을 수첩을 꺼내어 보면서 읽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19일 오후 서울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탈당 기자회견 도중 전날 한 신부가 일러주었다는 ‘잠언 16장 3절’을 수첩을 꺼내어 보면서 읽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일문일답

선진한국 이끌 신당 창당
전진코리아 바탕 될수도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19일 오후 서울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벌인 탈당 기자회견에서 “한국정치의 낡은 틀을 깨뜨리기 위해 ‘광야’로 나선다”고 밝혔다. 그는 “새로운 길을 열기 위해 그동안 내가 지니고 있던 모든 가능성과 기득권을 버리기로 결심했다”며 “‘낡은 수구’와 ‘무능한 좌파’의 질곡을 깨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새 길을 창조하기 위해 한나라당을 떠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나라당을 떠나는 이유를 “지금의 한나라당은 군정 잔당들과 개발독재 시대의 잔재들이 버젓이 주인 행세를 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역사와 미래를 거꾸로 돌리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산사 칩거 닷새 만에 모습을 드러낸 손 전 지사는 차분한 모습이었다. 회견장에는 지지자 100여명이 몰려와 “힘 내십시오”라 외치며 격려 박수를 보냈다. 그는 회견에 앞서 기자들에게 “잠도 못 자고 저를 쫓아다니느라 고생했다. 내가 왕년에 도망자 생활(민주화운동 시절의 경찰 수배를 뜻함)을 2년이나 했는데 쉽게 잡힐 것 같냐”는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그러나 손 전 지사는 국민의 사랑을 언급하는 대목에서 감정에 북받쳐 끝내 눈물을 터뜨렸다. 그는 20여초 카메라를 등지고 눈물을 훔쳤다. 감정을 진정시킨 그는 “이 길이 죽음의 길인 것을 알고 있다”며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회견을 마친 그는 곧바로 경기도 파주의 선산으로 향했다.

다음은 기자회견 일문일답이다.

-“미래와 평화, 통합의 시대를 경영할 창조적 주도 세력을 만드는 데 자신을 바치겠다”고 했는데, 신당 창당을 의미하나? ‘전진코리아’가 모태가 될 수 있나?

=창당을 비롯해 우리나라의 선진화를 향해 창조적 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모을 바탕을 마련하도록 하겠다. 전진코리아도 한 바탕이 될 수 있다. 전진코리아는 386세대 중 기존 정치에 참여하지 않고, ‘386 정치’의 부정적인 면을 반성하고 극복할 적극적인 사회 참여세력으로 알고 있다.


-올해 초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손 전 지사와 함께 하면 드림팀이 될 거라고 말했다. 오늘 이야기도 그 분들과 함께 하겠다는 뜻인가?

=정운찬 전 총장은 서울대 경영과 개혁적 교육을 통해 훌륭한 경영능력과 교육에 대한 비전을 보여줬다. 진대제 전 장관은 미래산업의 상징이다. 이런 분들이 대한민국 선진화와 미래를 향한 중요한 힘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분들과 함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제 꿈이고 생각이다.

한나라당 더 변할수 없어
죽음의 길 알면서도 결단

-탈당을 결심한 구체적인 계기와 이유를 말해 달라.

=아무리 생각해도 한나라당은 더는 변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제 자신의 실패를 깊이 통감한다. 주변에서 탈당을 만류했지만 제가 정치권에 들어와서 받았던 …. (눈물) 국민들로부터 받았던 사랑, 정성, 명예를 다 돌려드리고자 한다. 이 길이 ‘죽음의 길’인 걸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에게 희망과 믿음을 주는 정치, 변화하는 대한민국을 선도하는 정치를 꼭 만들고 싶다. 하늘을 믿는 것이 국민을 믿는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 과연 중도세력이 집권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나?

=제가 말씀드리는 새로운 정치세력은 그저 가운데 서 있는 중도가 아니다. 제대로 된 역사의식을 가지고, 미래와 세계로 나아가는 선진화 개혁 세력이다. 낡은 좌파, 낡은 진보는 역사를 제대로 읽지 못한다.

-신당을 창당한다면 얼마나 많은 의원들이 동참할 것으로 보나?

=제가 이런 뜻을 밝히고 이 뜻에 동참하는 사람을 앞으로 구하면 그 범위가 상당히 클 것이다. 이 정권은 국민 마음 흩어놓고 찢어놓은 것에 대해 분명히 사과해야 한다. 그런 가운데 지금의 여권과 지금의 한나라당, 새로운 정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크게 새로운 이념적 정책적 좌표를 설정해서 같이 앞으로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손학규 전 지사의 최근 발언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열흘 전 결심 굳혔다
지인 불러 “어려운 길 가겠다”…황석영 김지하씨등 권유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탈당 결심을 굳힌 건 지난 10일께였다고 그를 잘 아는 인사들은 전했다. 손 전 지사는 10일, 정치 입문 전부터 절친하게 지낸 학계 인사에게 정치적 진로에 관한 조언을 구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손 전 지사는 “중도개혁의 위치에서 정치를 하고 싶다. 어려운 길을 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고 이 학계 인사는 전했다.

손 전 지사의 결심은 지난주 초 선문답 식으로 표출됐다. 14일 서울 강남 봉은사에서 “백척간두에 진일보는 무슨 뜻인가. 천길 낭떠러지에 떨어지는데 풀포기 하나 잡으려고 안달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길이 없으면 더 어려운 길을 가라고 했다”고 말했다. 측근들은 이 연설을 듣고 “사전에 준비한 원고가 아니다”라며 당황했다. 손 전 지사는 다음날인 15일 측근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중도개혁 성향의 ‘전진코리아’ 창립대회에 참석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새 정치세력 출현의 당위성을 역설한 뒤 강원 양양의 낙산사로 떠났다. 손 전 지사 캠프에서 “경선 불참 이상의 더 큰 고민을 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손 전 지사는 탈당 결심이 “독자적”이었다고 밝혔다. 시중에 나도는 얘기처럼 범여권과 사전 접촉을 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해 말부터 소설가 황석영씨, 시인 김지하씨 등 정치권 밖의 인사들이 ‘한나라당을 나오라’고 그에게 권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양강 구도를 뛰어넘지 못하고 당내 지지율이 계속 낮은 점도 그의 탈당 고민을 깊게 한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측근 인사는 “아무리 발버둥쳐도 한나라당에선 거들떠보지 않는데, 밖에서 자기를 필요로 한다니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겠나”라고 말했다.

19일 새벽 손 전 지사에게서 탈당 기자회견을 하겠다는 연락을 받은 캠프 인사들은 서울 서대문의 한 사무실에 모여, 손 전 지사와 행동을 함께 하기로 결론내렸다. 그러나 한나라당에 뿌리를 둔 일부 인사들은 내년 총선 공천문제로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캠프의 한 핵심 인사는 “18대 국회에 들어가려면 한나라당이라는 안전판이 필요하지만, 손 전 지사를 지지하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조혜정 기자


제2의 이인제 사건?
경선 참여 여부·범여권 후보 가능성·명분등 달라

‘제2의 이인제다!’

보수단체인 뉴라이트 전국연합은 19일 한나라당을 탈당한 손학규 전 지사를 이렇게 규정했다. 그러나 손 전 지사의 탈당과 10년 전인 1997년 이인제 의원의 신한국당 탈당은 여러 면에서 차이가 있다.

우선 정체성에서 두 사람은 소속 정당과 사뭇 다른 관계였다.

이 전 의원은 ‘세대 교체’를 내걸었지만 신한국당 정체성과 별반 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반면 손 전 지사는 ‘햇볕정책 계승’, ‘지역주의 타파’ 등을 주장하며 꾸준히 당의 주류와 맞서는 목소리를 내 왔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이 의원은 소속 당과 정체성 면에서 거의 차이가 없는데도 개인적 욕망이 앞서 탈당했지만, 손 전 지사는 보수적인 한나라당의 풍토를 바꾸려다 한계에 부딪힌 면이 있다”며 “명분은 손 전 지사가 더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처한 정치 지형도 다르다. 이 의원은 탈당 당시 여론 지지율에서 20% 초반대를 기록하며 10% 중후반대이던 신한국당의 이회창씨를 앞질렀다. 그는 ‘민심과 당심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또 당시 야당엔 김대중 후보가 있었다. 그는 여야 양쪽에서 협공을 받았다.

반면, 손 전 지사는 5% 안팎 지지율로 40%대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20%대인 박근혜 전 대표에 크게 뒤진다. 그러나 여권의 후보가 지리멸렬한 상태에서 탈당한 그는 정치지형 변화에 따라서는 범여권 후보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스스로 ‘죽음의 길’이라고 했지만, 활로가 열려 있는 셈이다.

이 전 의원이 경선에 참여한 뒤 경선 결과에 불복해 탈당한 반면, 손 전 지사는 경선에 참여하지 않고 탈당한 점도 형식적인 면에서의 차이다. 그러나 강원택 숭실대 교수는 “당내에서 가능성이 없으니 나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은 (두 사람에게) 두루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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