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정치권 독점으로 원점”… 기초노령연금법등은 통과
국민연금법 개정안 부결
국민연금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무산됨에 따라 국민연금 논의가 다시 원점에서 출발하게 됐다. 현 정부 및 17대 국회 안의 연금개혁이 사실상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회는 2일 본회의를 열어 ‘더 내고 덜 받는’ 내용의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부결시켰다. 현행 9%인 보험료율을 12.9%까지 올리고 수급률을 50%로 낮추는 정부안은 물론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이 제시한 수정안도 모두 부결된 것이다.
다만 2008년 7월부터 65살 이상 노인들에게 한달 8만9000원을 지급하는 내용의 기초노령연금법안은 국회를 통과해 내년부터 시행된다.
정부와 열린우리당 주도의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보험료를 9%에서 2009년부터 매년 0.39%씩 올려 2018년 12.9%까지 인상하고 수급률은 평균소득의 60%에서 50%로 낮추도록 했다. 하지만 국회 표결 과정에서 찬성 123표, 반대 124표, 기권 23표로 부결됐다.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이 함께 낸 수정안도 보험료율을 현행 9%로 유지하되 수급률은 평균 소득의 50%에서 2018년까지 40%로 낮추는 내용이었으나 역시 270명 출석에 찬성 131표, 반대 136표, 기권 3표로 부결됐다.
김충환 한나라당 공보부대표는 “4월 임시국회에서 그동안 논의된 국민연금 제도개선 사항을 포함해 개정안을 다시 발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열린우리당 등이 결사 반대하는 만큼 한나라당의 수정안이 처리될 가능성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최원영 복지부 보험연금정책본부장은 “조만간 정부안을 새로 만들어 올해 정기국회를 목표로 다시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선을 앞둔 정기국회라 사실상 통과가 어렵지 않으냐는 전망이 많다.
기초노령연금법은 한나라당이 제시한 수정안이 부결된 반면 정부안이 찬성 254표, 반대 8표, 기권 2표로 통과됐다. 정부안은 2008년 1월부터는 70살 이상, 7월부터는 65살 이상 노인 가운데 하위소득자 60%(290만명)에게 월평균 소득의 5%(8만9000원)를 지급하도록 했다.
국민연금법 관련 법안의 이런 ‘반쪽 통과’는 지속적인 재정안정화와 적정 노후소득 보장, 사각지대 해소란 국민연금 개혁의 목표를 사실상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연금 개혁 논의는 4년 전부터 수많은 토론이 있었음에도 정치권과 정부의 무책임하고 독선적인 태도로 원점으로 돌아가고 말았다”며 “특히 시민단체 연석회의의 합의 절차보다는 국회 표결을 택한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는 노인 3법 가운데 하나인 노인장기요양법 역시 통과됐다. 이에 따라 2008년 7월부터 치매·중풍 등 갖가지 질병으로 혼자서는 생활이 힘든 노인들을 위한 시설 및 방문 서비스가 시행된다.
김양중 황준범 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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