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신당 그룹 : 김근태·천정배-시민세력 ‘개혁’ 결집
통합신당 그룹 : 민주당 주도 지역기반 강화 대선준비
후보중심 신당 : 제3지대서 대선주자 ‘깃발’ 아래 뭉쳐
지난 1월1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악수하고 있는 김근태 당시 열린우리당 의장과 천정배 의원. 최근 정치권 안팎의 진보개혁 그룹 통합 움직임과 관련해 두 사람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이종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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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안팎의 개혁·진보 진영이 대선을 겨냥해 단일 대오를 형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범여권 통합 논의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통합의 방법론을 둘러싼 정파별 논쟁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범여권의 통합 흐름은 크게 세 갈래로 나뉜다. 시민·사회 진영과의 결합을 중시하는 개혁신당 그룹, 민주당과의 통합을 강조하는 통합신당 그룹, 그리고 대선 주자를 앞세우는 후보 중심 신당그룹이다. 이념적으로는 개혁신당 그룹이 ‘진보’, 민주당-통합신당모임이 ‘중도우파’, 대선 주자로 꼽히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나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중도’의 성향을 띠고 있는 형국이다.
개혁신당 그룹의 중심엔 연대를 모색하고 있는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과 천정배 의원이 서 있다. 이들은 지리멸렬 상태인 범여권이 전열을 가다듬으려면 국민 신뢰 회복이 우선이며, 이를 위해선 여의도 바깥의 시민·사회 진영과 힘을 합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혁성 강화론’이다.
박상천 민주당 대표(가운데)가 16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당 통합추진위 및 의원총회 연석회의를 열어 통합 문제 등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들의 눈엔 통합신당모임과 민주당이 통합교섭단체를 꾸리고 신당을 창당하려는 흐름은 지역정당으로 회귀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김근태 전 의장은 16일 <불교방송>에 출연해 “그들만의 특권을 위한 소통합이 돼서는 안된다”고 민주당과 통합신당모임을 강하게 비판했다.
통합신당 그룹은 범여권이 한나라당에 맞서려면 지역기반 회복이 우선이라고 보고 있다. 이들은 여권이 대세를 잃어버린 근본 이유는 민주당과의 분열 탓이며, 한나라당이 일방적으로 독주하는 동력도 결국 영남이라는 확고한 근거지에서 나온다고 보고 있다. 정치 현실로 존재하고 있는 지역 문제를 빼놓고 대선을 준비하는 것은 비현실적인 사고라고 이들은 주장한다. ‘지역기반 강화론’이다. 통합신당모임의 한 재선 의원은 “당분간 ‘도로 민주당’이라는 비판도 감수하겠다. 하지만 지역기반 없이는 5%도 안되는 대선 주자들의 지지율을 끌어올릴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후보 중심 신당그룹은 정세균 의장 등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주도하는 흐름이다. 정파별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정당 주도 통합이 어려운 만큼, 대선 주자들이 제3지대에서 깃발을 세우고 정치세력이 결합하자는 방식이다. 정세균 의장은 이날 <한국방송>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박상천 민주당 대표가 열린우리당과 통합에 부정적인 데 대해) 어떻게 보면 대선을 포기하겠다는 태도가 아닌가 하는 걱정도 있다”며 “대통합을 해도 확실치 않은 마당에 소통합을 하면 되겠느냐”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범여권 대선 주자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은 독자적인 신당 창당을 내비치고 있다. 일본을 방문중인 정운찬 전 총장은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대선 출마를) 하게 된다면 내가 깃발을 꽂고 뜻을 같이 하는 사람이 오는 방식이지, 현역 의원들의 이합집산에 내가 가는 방식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제3지대에서의 정치세력화를 꾀하지, 열린우리당이나 통합신당모임, 민주당이 만든 틀에 얹혀가지 않겠다는 얘기다.
역시 유력한 범여권 주자로 손꼽히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이날 대학생 특강에서 “우리 정치가 왼쪽 오른쪽을 따지는 단세포적 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시장의 실패로 낙오하는 사람들을 다시 링 위에 올릴 수 있는 제3의 길, 제3의 정치지대가 요구된다”며 ‘제3지대에서의 중도세력 통합’을 주창했다. 임석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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